"각의의 결정은 용서하더라도 새로운 법 정비를 통해 집단자위권을 실제로 행사하는 것은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 오늘이 그 맹세의 날이다. 집단자위권 행사는 중립의 입장을 버리는 것으로 과거 전쟁의 대부분이 집단자위권으로 포장돼 왔다. 헌법의 이념을 권력자로부터 되찾지 않으면 안 된다. 집단자위권 행사 각의 결정은 평화헌법과 민주주의가 타격받은 것이다.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헌법의 평화주의와 민주주의지만 아베 총리는 헌법에 대한 경외심을 갖고 있지 않은 드문 인간이다."

지난 7월 1일 밤 도쿄 도내에서 열린 일본 시민단체 '전쟁을 허용하지 않는 1000명 위원회'의 집단자위권 각의 결정 규탄 집회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자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가 아베 총리에게 날린 직격탄이다.

"일본인들은 가해자라는 생각이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종전 후에는 결국 누구도 잘못하지 않았다는 것이 돼버렸다. 잘못한 것은 군벌(軍閥)이며 천황(일왕)도 마음대로 이용당하고, 국민도 모두 속아 지독한 일을 겪었던 것이다."

해마다 우리나라의 고은 시인과 함께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가 지난 3일 마이니치신문(每日新聞)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책임 회피 성향에 대한 비판이다.

하루키는 "누가 가해자인지 진지하게 추궁되지 않았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섞인 것도 있지만 이 상태로 가면 '지진과 쓰나미가 최대 가해자이며 나머지는 모두 피해자'란 식으로 수습돼 버릴 수 있다."라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대해서도 위정자들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인 위안부와 관련해 '강제 연행은 없었다'는 식의 사실 왜곡을 하고 있는 '로마인 이야기'를 쓴 작가 시오노 나나미와 같은 청맹과니 일본 작가들이 훨씬 많다. 하지만 겐자부로와 하루키, 일본의 대표 지성 두 사람이 양심의 목소리를 내 일본의 과거로의 회귀를 비판하고 있어서 그나마 작은 위안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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