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한전 지사장 등 관련자 14명 검찰에 송치

경북 청도 한전 송전탑 건설 반대 주민들에 대한 돈 봉투 살포 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9일 한전 지사장에게 주민위로금 1천700만원을 받아 주민들에게 전달한 이현희 전 청도서장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또 이 전 서장에게 1천100만원을 건넨 한전 지사장 등 10명을 뇌물수수 및 공여 혐의로, 비자금으로 한전지사 직원에게 뇌물을 건넨 시공업체 대표 등 3명을 업무상횡령 및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는 등 이 사건과 관련, 총 14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전 서장은 8월 중순 이모(56) 전 한전 대구경북지사장에게 "송전탑 반대 주민들에 대한 치료비와 위로금 명목으로 3천만∼5천만원을 지원해 달라"고 수차례 강력하게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전은 청도 삼평1리에서 송전탑 건설을 추진했으나 주민들의 반대로 최근 2년간 공사를 중단했다가 지난 7월 공사를 재개해 주민들과 극심한 마찰을 빚고 있었다. 이에 인명 사고가 날 것을 우려한 이 전 서장이 돈 봉투를 돌려야겠다고 생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전은 처음에는 공사를 찬성하는 주민들과의 형평성 문제, 선례를 남기는 것에 대한 부담 등 때문에 거절했지만 관할 경찰서장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시공사에 돈을 마련할 것을 부탁했다.

한전 이 전 지사장은 9월 초 600만원을 S사에서 받았고 며칠 후 S사가 추석 휴무에 들어가자 자신의 통장에서 1천100만원을 인출해 총 1천700만원을 만들어 이 전 서장에게 전달했다. 이 전 서장은 추석 연휴인 9월 9일 이 돈을 자신의 이름이 적힌 봉투에 담아 주민 6명에게 뿌렸다.

이에 대해 이 서장은 돈 봉투를 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보상도 끝났고 공사도 거의 마쳐가는 시점이라 명절에 가족들과 편안히 보내면서 경찰을 앞으로 도와달라는 의미이지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한편, 경찰조사에서 반대 주민들에게 들어간 이 돈은 시공업체가 마련한 비자금으로 밝혀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 사건은 청도서장이 지역갈등을 해결하고자 자신의 직권을 남용해 한전 측에 요구한 것"이라며 "한전 측이 처음에는 찬성 주민들과 형평성 문제와 선례를 남기는 것에 대한 부담 때문에 거절했으나, 경찰서장이 압박 수위를 높이자 어쩔 수 없이 돈을 전달 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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