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는 임종 직전 제갈량과 이엄을 불러 후사를 부탁했다. 유비는 제갈량의 손을 잡고 말했다. "그대의 재주는 조비보다 10배나 뛰어나오. 그러니 필시 나라를 안정시키고 대업을 완수할 수 있을 것이오. 만약 내 자식들을 보좌해서 될 만 하면 도와주시고 그런 재목이 못될 것 같으면 그대가 성도(成都)의 주인이 되어주시오." 자신이 후계자가 돼도 좋다는 유비의 말에 제갈공명은 몸 둘 바를 몰랐다. "신이 어찌 고굉지신(股肱之臣)의 힘을 다하지 않겠습니까. 충정과 절개를 다 바친 뒤에 죽을 것입니다." 공명의 대답을 듣고 유비는 눈을 감았다.

그 뒤 어느 날 유비에게 함께 불려갔던 이엄으로부터 편지가 왔다. 편지 내용은 제갈량이 구석(九錫; 큰 공을 세운 신하가 받는 아홉 가지의 보물)을 받고 작위를 높여 왕으로 칭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었다. 나약한 유선을 뒤엎고 사실상 새로운 왕조를 세우라는 말과 다름없었다.

"내가 그대와 알게 된지도 오래 되었는데 아직도 나를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있구려. 나는 본래 미천한 선비일 뿐이었는데 선제의 덕으로 신하 중 최고 자리인 승상까지 됐소. 이렇게 은총을 받았음에도 자신을 이보다 더 귀하게 하려 한다면 의가 아닐 것이오. 지금은 위를 멸하여 조예의 목을 베고 황제께서 옛 거처(장안이나 낙양)로 돌아가시게 하는 것이 급선무요." 공명은 답장을 통해 충성을 다하여 과업을 완수하는 것 이외는 아무 사심이 없음을 밝혔다. 공명의 꿈은 오직 위나라를 토벌하고 중원을 회복해 천하를 안정시키는데 있을 뿐이었다. 권력이나 탐하는 부류의 인물이 아니었다.

마키아벨리는 "직함이 인간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직함을 빛나게 한다"고 했다. 공명의 경우도 그러했다. 승상 자리가 위대한 것이 아니고 공명이 그 자리에 있음으로 해서 촉나라 승상 자리가 빛났다. 뜬금없이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했던 김태호 새누리당 의원의 최고위원직 복귀는 자신의 사심을 엿보인 경박한 처신이었다. 아직 대권꿈의 사심을 내비칠 때가 아니다. 자칫하면 '낙동강 오리알'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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