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의 길을 가는데
노란 은행잎 일행이
내 앞서 걷고 있다
가을을 안은
노란 은행잎 일행이
내재한 겨울을 흘리며
까불까불 바람에 밀리어
골목길을 걷고 있다
내 살아 온 날들이
노란 은행잎에 실리어
잠시 동행하는 퇴근길,
만추의 노을 피는 한때
저기 오는 추운 겨울
<감상> 가을도 깊어 만추(晩秋), 만추는 늦은 가을을 의미하는 말이다.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가면서 마주친 것은 노랑 은행잎이다. 그 은행잎이 가을을 한 아름 안고 있다. 덩달아 노을도 서편에서 은행잎처럼 물들어 반기고 있다. 계절의 윤회에 사람은 많은 것을 터득하고 깨닫는다. (시인 하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