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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의 고대 수수께끼를 푼다- (12) 호미곶과 도음산은 한줄기 무쇠지대

도음산 천곡령(泉谷嶺)서 호미곶까지 북위(北緯)36.5도 포항땅 밑, 무쇠 바위로 이어져 있다

이영희 전 포스코인재개발원 교수 등록일 2014년11월13일 20시49분  
포항 흥해읍 천곡사(泉谷寺) 계곡 개울가의 커다란 바위에 붙어 자라는 고란초(왼쪽). 잎의 뒷면에 갈색 포자들이 두줄로 붙어 있다.

포항시 흥해읍에는 천곡사(泉谷寺)라는 절이 있다. '석천(石泉)'이라는, 돌 샘의 명성으로 알려진 절이다.

신라 제 27대 선덕여왕(善德女王)은 피부병으로 오래 고생했다. 천곡사의 샘물이 피부에 좋다는 신하의 권유를 따라 흥해 천곡령에 와서 멱을 감았더니 신기하게 나았다고 한다.

고마움의 뜻으로 여왕은 자장율사(慈裝律師)로 하여금 그곳에 절을 짓게 하고, 이름을 천곡사( 또는 영곡사) 라 했다는 것이다. 이 절은 6.25 전쟁 때 불타고 요즘은 그 후에 지어진 새 절이 자리잡고 있다.

샘물을 가두어 둔 우물 '소천(素泉)'. 선덕여왕이 멱감은 우물이라 한다. 주변에 뒹구는 커다란 바위들이 갈색으로 물들어 있다.

경내에는 돌로 테두른 둥근 샘이 보존되고 있는데, 돌테 위에 뚜껑을 만들어 덮어 놓고 있어 샘 모습을 볼 수 없고, 사용도 하지 않고 있다.

선덕여왕(善德女王)은 앞을 내다보는 능력, 즉 선견력(先見力)이 강한 여성이었다.

당(唐)나라가 꽃씨를 보내면서 그 꽃 그림도 함께 보내온 적이 있었다. 아직 취임도 하기 전의 어린 여왕은 그 그림을 보고 아버지 진평왕(眞平王)에게 말했다.

"내 인생을 통틀어 가장 잘한 일은 중이 된 것"이라 서슴없이 말하는 정오(正悟)스님. 대한불교 조계종 천곡사 주지(住持). 뒤에 법당들이 보인다.

"이것은 아름답지만 향기없는 꽃일 것입니다."

"네가 그것을 어떻게 아느냐"

진평왕이 묻자, 선덕은 서슴없이 대답했다.

"그림을 보니, 꽃송이는 아름다우나 나비와 벌의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와 같이 말씀을 올린 것입니다."

이 말을 듣고, 아버지 진평왕은 탄복했다 한다. 명민(明敏)한 여성이었던 것이다.

이영희 전 포스코인재개발원 교수

선덕여왕의 자취를 찾아 천곡사에 갔다.

빌 도(禱). 그늘 음(陰).

도음산(禱陰山)이란 '그늘 진 곳에서 기도하는 산'을 뜻하는 이름인가, 아니면 '그늘진 것을 위해 기도하는 산'인가, 해발 384.6m의 도음산은 고즈넉했다.

오후 다섯시에 벌써 하얀 반달이 산벼랑에 떠 있다. 크고 작은 바위들이 층층으로 쌓인 계곡에 맑은 물이 소리내어 흘러 내린다.

계곡의 돌 절벽 사이 사이에 길죽한 녹색 잎새가 늘어져 있다.

고란초(皐蘭草)다.

철분(鐵分)을 먹고 사는 풀뿌리. 이것이 선덕여왕의 병을 고친 묘약(妙藥)이다.

선덕여왕은 '철분부족'이었던가.

약제사 김경희(金敬姬)여사에 의하면, 철분이 부족할 경우 간장(肝臟)이 약화되며, 위염(胃炎)·피부염이 생기기 쉽고, 전체적으로 면역력이 떨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철분이 혈액 속에 들어가야 콜라겐이 생성(生成), 아름다운 얼굴을 가꿀 수 있다고 덧붙이기도 한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한국전신문화연구원 간행)'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는 예부터 임질(성병)약으로 썼고, 중국에서는 해독 이뇨제 등에 썼다 한다.

고란초의 역사는 길다.

원래 충청남도 부여읍 부소산 백마강 강가의 고란사 뒤 절벽에서 자라기 때문에 '고란초'라 불리게 된 것이라 한다.

한편, 고란초가 자라는 절벽 밑에서 솟아나는 물을, '고란정(皐蘭井)'이라 했다.

고란초는, 고란사라는 충청남도 부소산 북쪽 기슭 백마강변에 있는 사찰 고란사의 벼랑에 자란 풀이라 해서 '고란초'라 불리게 된 것이다. 고란사는 백제 때부터 있던 오래된 절이다.

고란초는 고란사를 찾는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꺾이어 거의 사라진 상태에 있지만, 전국의 강가 절벽이나 바닷가 숲 속에서 더러 자라고 있다.

포항 천곡사 바위 벽에 자라고 있는 고란초도 그 희귀 케이스 중의 하나다.

이 사라져가는 풀뿌리를 소중히 여겨야 할 것이다.

철분(鐵分)을 머금고 자라는 고란초가 왜 포항 천곡령(泉谷嶺)에 자리잡았는지 추적해보다.취재 중에 천곡사 주지(住持) 정오(正梧) 스님이 언뜻 말했다.

"도음산과 호미곶은 일직선(一直線)입니다."

이 한마디에 가슴이 철렁했다.

집에 와서 얼른 지도를 꺼냈다.

북위(北緯) 36.5도선(度線)으로 이어져 있는 도음산 천곡령과 호미곶.

호미곶 바닷가에서 본 검붉은 바위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리고 천곡사 계곡 벼랑의 검붉은 대형 바위도 생각난다.

36.5도선으로 이어지는 위용(偉容)이다. 호미곶과 도음산은, 한줄기 무쇠지대라 할 수 있다.

종교에 귀의(歸依)한 사람에게는 남다른 인스피레이션(inspiration)이 있다.

선덕여왕의 피부병을 고친 것은, 철분(鐵分)을 머금은 샘물이었고, 철 성분을 지닌 고란초였다는 사실도 함께 알아둠직하다.

선덕여왕이 멱감았다는 샘은, 현재 뚜껑을 덮어놓고 있어 들여다 볼 수 없다.

1년에 한두번 물갈이 할 때, 일반에 공개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퍼올려야 생명이 유지된다. 물갈이 하면서 천곡사의 연례 기도회를 겸해도 좋을 것이다.

'역사'를 지닌 희귀식물 고란초가 포항 천곡사에서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긍지 삼아 살아있는 보물로 잘 가꿔야 할 것이다.

선덕여왕은 '바위 아래 솟아나는 신비한 물의 효험에 감사하며' 절을 짓게 했다 한다.

여왕은 바위에 의지하여 자라고 있는 고란초의 효능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고란초의 역사는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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