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불면 속으로 걸어 들어오는 발자국 소리

 

사나운 서른여섯 해를 잠재웠던 입맞춤

 

그 밤은 다시 오지 않는다고

속삭이네, 아우성치네

 

환멸의 수의를 입고 내려와

주룩주룩, 밤의 창문에 엉겨붙네

 

사납게 휘몰아쳐 내 목을 조이는

그 빗소리, 나 못 듣겠네

 

미친 사랑노래가 벼락을 맞고 비틀거리네

 

가! 가! 저 환장할 가을비

내 불면 속으로 쳐들어오는 이여.

<감상> '가! 가! 저 환장할 가을비'에서 3월 봄날 연분홍 꽃을 보고 환장하겠다고 , 4월 연초록 이파리에 환장하겠다고 외쳤음을 떠올린다. 여름도 지나고 가을도 낙엽처럼 뒤쪽으로 떨어졌는데 그게 그냥 가을이 아닌 비 내리는 가을이라면……. 떨어져 쌓인 이파리 위 대책 없이 빗물은 낙엽처럼 또 쌓이는 풍경. 어쩌랴. 불면으로 한 밤을 새우고, 다시 부연 아침을 몽롱하게 맞이하는 가을이라면? 환장하는 것 지당하지 않을까. (시인 하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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