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미 중앙정보국(CIA)국장에 취임한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는 미국민의 영웅이었다. 이라크 주둔 다국적군 사령관과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사령관 등을 맡아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그는 2012년 미 대선의 공화당 후보나 부통령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대중적 인기도 높았다.

1974년 웨스트포인트(미 육군사관학교)를 최고 성적으로 졸업한 그는 졸업 2개월 만에 당시 육사 교장이던 윌리엄 놀턴 장군의 고등학생 딸 홀리와 결혼해 세인을 놀라게 했다. 퍼트레이어스는 37년간의 군생활을 자신의 전기를 집필한 폴라 브로드웰과의 혼외정사 문제로 마감했다.

이 불륜스캔들과 연루돼 당시 나토 사령관이었던 존 앨런도 옷을 벗었다. 앨런은 질 켈리(37)라는 여성과 '부적절한 관계'가 드러났다. 이상하게도 퍼트레이어스와 앨런이 켈리의 쌍둥이 자매 양육권 분쟁에도 개입한 것이 드러나 미국민을 아연실색케 했다. 당시 스캔들에 모두 연루된 여성, 켈리는 퍼트레이어스의 불륜 상대인 폴라 브로드웰로부터 수 차례 질투 섞인 협박 이메일을 받은 뒤 FBI(미 연방수사국)에 수사를 의뢰해 희대의 '불륜 스캔들'이 세상에 알려지게 했다.

미국인들은 당시 이들의 불륜 스캔들을 구약성서에 나오는 밧세바와 다윗왕의 이야기로 풀이했다. 국민의 사랑을 받던 다윗왕이 유부녀 밧세바에 빠져 계속 잘못된 결정을 하고 파멸해 가는 과정이 이들의 행위와 닮았다는 것이다. 이를 '밧세바 신드롬'이라 부르며 성공한 리더들의 도덕적 해이를 설명한다.

최근 국내에서도 전 검찰총장이 골프장 안내 여직원을 성추행 했다는 주장이 나왔고, 지난 9월에는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골프 캐디를 성추행한 혐의로 피소됐다. 앞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대통령 방미수행중 현지 여성 인턴을 성추행한 사건이 있었다. 비뚤어진 지도층의 권력의식에서 비롯된 '밧세바 신드롬'이 우리 사회에 만연돼 있다는 극히 일부의 증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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