匹夫不可奪志 (필부불가탈지) 필부의 뜻을 빼앗을 수는 없다

윤용섭 한국국학진흥원 부원장

적국과 전쟁을 치르는데, 적의 군대가 삼군이다. 삼군이란 보통 상군, 중군, 하군으로 편성된 주나라의 군사제도를 말한다. 삼군이 출동하면, 가운데 위치한 중군원수中軍元帥가 총사령관이 된다. 춘추시대를 기준으로 1군이 대략 2만 명 정도니까 3군은 6만 명 정도의 숫자다. 삼군의 원수는 권한과 위엄이 대단하다. 그러나 공격에 의하여 어찌하든 그 원수를 빼앗는 일은 가능하다. 힘들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평범한 필부의 뜻을 억지로 빼앗지는 못한다. 이것이 선비의 기개요 절조요 자존심이며 힘이다.

선비는 원래 아무리 처지가 궁박하고 어렵더라도 부귀를 구걸하지 않는다. 칼이 눈앞에 놓이더라도 지조를 굽히는 법이 없다. 의를 위해서는 목숨을 던지고 인을 이루기 위해 몸을 버린다. 구한말의 단발령에 "차라리 이 목을 자를지언정 이 머리카락을 자를 수는 없다"며 항거하던 선비가 조선 천하에 즐비했다.

맹자도 말했다. 대장부는 부귀로도 그 뜻을 유혹하지 못하고 빈천으로도 그 뜻을 바꾸지 못하며 위무威武로도 그 뜻을 굴복시키지 못한다고. 뜻이 굳은 사람은 일개 필부라 하더라도 고유의 인생관이 있고 소신과 사상이 있다. 이것이 누구라도 억누를 수 없는 것이다. 오늘날 국민의 인격권과 존엄권을 보장하는 것은 민주국가의 공통 추세다. 모든 사람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진다. 이 천부의 인권은 무력으로도 권력으로도 부귀로도 빼앗을 수 없는 숭고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자한편>

子曰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一. 삼군의 우두머리인 장수 '원수(元帥)'를 빼앗을 수는 있어도

三軍可奪帥也 (삼군가탈수야)

二. 필부의 뜻을 빼앗을 수는 없다.

匹夫不可奪志也 (필부불가탈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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