殺身成仁 (살신성인) 목숨을 버리고 인을 이룬다

윤용섭 한국국학진흥원 부원장

삶을 좋아하고 죽음을 싫어하는 것은 모든 생명체의 공통된 성향이다. 식물도 죽기는 싫어하여 생명을 이어가기 위한 갖은 노력을 다한다.

뜨거운 담장 위를 기어 올라가며 생명을 불태우는 담쟁이와 흙도 보이지 않는 높은 바위에 뿌리를 내리고 당당히 살아가는 소나무의 의연한 자태는 보는 이로 하여금 생生의 경이를 느끼게 한다.

그러나 뜻을 진리眞理 탐구에 둔 지사志士와 만물을 내 몸처럼 여기는 어진 사람은 그 소중한 개인의 생명보다도 진리의 생명인 인仁을 더욱 중시한다. 그래서 공자는 말했다. 지사와 인인仁人이 자기 몸을 죽여 인을 이루는 일은 있어도, 살기 위해 인을 해치는 일은 없다고.

여기서 자기 몸을 죽여 인을 이룬다는 것은, 대아大我를 지향하는 인을 이루는 길이라면 비록 목숨을 버리더라도 그 길을 택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뜻있는 지사나 어진 인자만이 할 수 있다.

2014년 4월 진도해상에서 세월호가 침몰하는 비극이 일어났다. 여기서 당연히 승객의 안전을 끝까지 책임져야 할 선장은 가장 먼저 도망하였고 초급승무원에 불과한 22세의 박지영 양은 자신이 입고 있던 구명조끼조차 학생에게 입혀주면서 '너희가 다 나가고 나는 제일 늦게 나가겠다'며 어린 학생들을 구조하다가 꽃다운 목숨을 버렸다.

이 경우 저 선장은 구생해인求生害仁의 표본이다. 반면 박지영 양은 살신성인殺身成仁의 숭고한 길을 택한 지사요 인인이라 하겠다.

<위령공편>

子曰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一. 뜻을 지닌 선비와 어진 사람은

志士仁人 (지사인인)

二. 살기 위해 인을 해치는 일은 없고

無求生以害仁 (무구생이해인)

三. 자신의 몸을 죽여 인을 이루는 경우는 있다.

有殺身以成仁 (유살신이성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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