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돼지국밥 먹으러 갔는데요

식당 아주머니가 국밥 한 그릇을

내 앞에 놓았지요, 웬일인지

그녀는 잠깐 내 앞에 가만히 서 있다가

먹으면 안 된다며 국밥에 들어 있던

돼지의 젖꼭지를 빼갔지요

 

나는 순간 무척 쓸쓸해져 와

쓸쓸함이 내 심장 깊숙이 번져와

국밥과 그녀만 번갈아 쳐다보다

끝내 먹지 못하고 식당을 나왔어요

한동안 그녀의 뒷모습만 떠올랐지요

<감상> 살며 일하는 밑바탕에는 먹는다는 소중한 행위를 전제로 한다. 그래서 흔한 말로 먹기 위해 하는 일인데 굶어서야 되겠냐며 바빠도 먹고서 일하자고 재촉한다. 제목의 '쓸쓸한 식사'가 시의 흐름을 그야말로 쓸쓸하게 한다. 함께 식사하는 것이 아니라 혼자 돼지국밥집에 들어가서 겪은 스토리가 식당 안을 슬며시 엿보게 하는 느낌이다. 그것도 쓸쓸하게……. (시인 하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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