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소 지원금을 쌈짓돈처럼 사용해 온 지역 자생단체 관계자와 공사업자, 공무원 등이 무더기로 경찰 수사망에 걸려들었다. 원자력발전소 지원금이 '눈먼 돈'으로 먼저 먹는 게 임자라는 항간의 말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울진경찰서는 17일 공사에 개입해 수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죽변면발전협의회 회장과 사무국장 등 2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관련자 1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주민복지센터인 해심원 온천 공사 과정에서 시공업자로부터 부실공사를 눈감아주는 대가로 개인 채무금 5천690만원을 변제 받고 이주보상비·회식비 명목으로 모두 1억여원을 뜯어간 혐의다. 시공사로부터 회식비 명목으로 수천만원을, 죽변면 상가 간판정비사업 공사업자로부터 허위 정산서류를 만들어주는 대가로 2천만원을 받은 혐의다.

경찰은 또 부실공사를 눈감아준 감리업체와 간판정비사업 정산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공무원과 지역 광고업체 관계자 등을 줄줄이 불구속 입건했다. 원전지원금 사용에 대한 수사를 한 경찰은 "국민 혈세인 원전지원금과 국고 보조금이 너무나 허술하게 새나간다"고 혀를 차고 있다.

원전주변지역에 주는 원전지원금이 이정도로 부실하게 착복된 것은 관련공무원들의 부실관리가 책임이 크다. 공무원은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임무라는 것을 망각하고 있었는가. 처음 지원금 지원 대상을 선정할 때부터 담당 요원들이 선심 쓰듯이 선정 업무를 자의적으로 주무르며 결과적으로 배임하지 않았는지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그야말로 진정한 지원금이 되도록 정부 감사와 지방정부의 전반적이고 총체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한국수력원자력 산하 발전사업자는 울진지역외에도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사업 계획 및 지원금 내역에 대해 전수조사에 착수해야 한다. 원자력 및 수력발전 사업자의 주변지역 지원계획·사후정산과 관련된 법률인 '발전소주변지역지원에 관한 법률'도 문제가 없는지 국회의원들은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한수원은 앞으로 투명한 사업집행을 위해 지원사업 계획, 선정기준 및 결과, 사후정산 결과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지원금이 만천하에 공개되면 부패가 줄어들 것이다. 원전 지원금은 결국 국민 세금으로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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