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에게 쫓긴 유비는 형주의 유표에게 의탁하고 있었다. 간웅 조조에게 맞섰던 일로 유비는 그 곳 지식인들 사이에서 우상이 됐다. 인기가 높아지자 우쭐해진 유비는 자기도 모르게 말이 헤퍼졌다.

어느 날 유표와 식사를 하다 화장실에 간 유비는 허벅지에 군살이 생긴 것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 식사 자리에 돌아온 유비의 얼굴에 눈물자국을 본 유표가 물었다. "얼굴에 눈물 자국이 어찌된 일입니까?" "저는 좀처럼 말안장을 떠난 적이 없어 넓적다리에 살의 거의 없었는데 지금은 오래도록 말을 타지 않아 살이 도로 생겼습니다. 세월은 유수 같고 늙음은 잠깐인데 아직 아무런 공도 세우지 못한 것이 너무 슬퍼서…"

유비의 '비육지탄(骨+卑 肉之嘆)을 들은 유표가 유비를 위로했다. "듣자하니 공께서 허도에 있을 때 조조가 그대만이 자신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영웅이라 했다는데 어찌 공을 이루지 못할까 걱정이오." 술기가 오른 유비는 우쭐대며 말을 받았다. "이 유비에게 근거지만 있다면 천하의 녹록한 무리들이야 어찌 걱정하겠습니까?" 술김에 유비는 돌이킬 수 없는 말실수를 하고 말았다.

유표가 생각하기엔 천하의 녹록한 무리 속에 자신도 포함돼 있었다. 그리고 근거지로는 자기가 다스리는 형주가 최적지였다. 유비의 야심을 간파한 유표는 유비를 오지의 작은 성으로 보내 형주에 불러들이지 않았다. 말 한마디 실수로 유비는 제갈량을 만나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때까지 8년이란 세월을 오지서 유배생활과 다름없는 세월을 보냈다.

자신뿐만 아니라 나라의 명운이 걸린 천기누설은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 아직 대통령 임기가 3년이나 더 남았는데도 반기문 대망론이 불거져 경제난 극복에 총력을 펴고 있는 나라를 뒤숭숭하게 하고 있다. 권노갑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이 "반기문 총장 측근들이 반총장이 새정치연합 쪽에서 대통령 후보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타진해 왔다"며 '반기문 영입론'을 띄운 것은 정치고수로서 말실수다. 대권 미끼로 반 총장을 흔드는 것은 사려 깊지 못한 꼼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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