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수능 출제 오류 수험생·교육 현장 혼란 원인·책임규명 나서야

박지학 칼럼니스트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 오류의 후폭풍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13일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또 다시 출제 오류 논란에 휩싸였다. 난이도 조절 실패로 수험생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 와중에 치러진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출제 오류 논란까지 빚어지면서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개발원이 불신을 사고 있다. 수능이 치러진 나흘 만에 수험생들의 이의제기가 1천여건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수능 세계지리의 8번 문항이 2심판결까지 거치면서 오류로 판명되어 오답 처리된 1만8천884명의 성적을 재산정하고 이 응시자들의 구제 절차가 진행 중이라 연이은 출제오류의 논란은 더욱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수험생들이 오류라고 지적하는 유형도 여러 가지이다. 영어 홀수형 25번 문항에서처럼 2%에서 20%로 늘어난 그래프를 제시하고 '18%포인트 증가했다'고 하여야 함에도 그냥 18%로 표기한 사례는 보통사람들도 잘못인 줄 알 수 있는 명백한 오류다.

생명과학 8번 문항도 대장균이 젖당을 포도당으로 분해할 수 있는 효소생성과정을 묻고 있는데 고교생물담당교사나 전공하는 교수들도 평가원이 발표한 정답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담당교사나 전공교수들도 정답을 놓고 헷갈리는 문제가 버젓이 출제된 셈이다.

너무나 쉬운 '물 수능'논란에다 출제 오류 가능성이 또 다시 제기되면서 일선교육현장이 혼란에 빠져있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정시모집 전략을 세웠던 수험생들이 수시모집으로 갈아타고 수시를 대비한 논술학원이 붐비고 있다고 한다. 정시모집에서는 더욱 큰 혼란이 예상된다. 수능이 변별력을 잃으면서 이른바 '눈치작전'이 활개를 치고 있기 때문이다. 학력이 아니라 전략이 대입의 성패를 가르는 일이 계속 되고 있는 것이다.

쉬운 수능이 수험생의 학습 부담을 줄여주고 사교육비 경감에 기여하는 좋은 역할을 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예측 불가능하고 널뛰기식 출제는 수험생들의 혼란만 초래할 뿐이다. 수능과 내신, 논술, 면접, 입학사정관제의 유기적 상호보완을 통한 대입 제도혁신이 요구된다.

수능의 경우 기초학력을 총괄 평가하는 성격인 자격고사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대신 고교 생활기록부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학생부에 기록되는 교과 이수 과정과 각종 학교 활동 평가의 비중을 대입 전형의 주요 요소로 자리 잡도록 해야 한다. 이는 학교와 교사에게 평가의 자율권을 돌려주는 동시에 황폐화한 공교육을 되살리는 길이다. 일부에서는 대학별 본고사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과거 경험에서 보듯 사교육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입시경쟁이 극한으로 치달을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입시제도 개편의 요체는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 절감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평가원은 24일 최종 정답을 발표한다고 한다. 그 뒤에는 그 원인과 책임 소재도 가려야 한다. 평가원의 시스템 문제도 크다. 그 구조도 철저히 분석하여 고쳐야 한다. 교육부에서도 일련의 사태에 대한 책임 규명에 나서야 한다. 수능 출제 오류는 교육당국 모두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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