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대비 대학생 수 세계 최고 경제난 속 실업자 양성소로 전락 대학구성원 합심 대책 마련해야

해마다 이맘때 쯤 입시철이면 대학들이 학생유치에 야단법석이다. 이런저런 대학들은 우수한 학생들을 모시기 위해, 또 일부 대학들은 정원을 채우기에 급급해 홍보를 하고 입시설명회를 한다. 특히 학생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학들은 신입생 채우기에 사활을 내 걸고 있다. 대학교수가 체면불구하고 출장 영업을 나가기도 한다.

얼마 전 학생 유치를 미끼로 검은 돈거래를 한 포항의 어느 대학 총장이 유죄판결을 받았다.

그 총장은 교수회의를 통해, 자신의 학교에 학생을 보내준 고교 교사들에게 1인당 10만원으로 계산해 현금으로 지급키로 결정한 후, 교수에게 이를 실행토록 지시했다. 필요한 자금 마련을 위해 입시홍보비에서 비자금을 조성했다. 이렇게 해서 이 대학은 2006년12월부터 2009년 2월까지 무려 아홉차례 걸쳐 비자금 1억5천500만원을 조성해 고등학교 교사들에게 뿌린 혐의다. 법정에서 이 대학총장은 혐의를 부인했지만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학생1명당 10만원씩 속칭 '두당치기'를 통해 4년동안 모두 1천550명의 신입생들을 돈 주고 산 셈이다. 시설투자를 통해 학교를 업그레이드 하고 발전시켜야 할 위치에 있는 총장이 비자금을 조성해 규정을 어겨가며 자기 멋대로 쓴 것이다. 로비자금을 통해 학생들을 사이에 놓고 벌어지는 검은 거래가 이 대학 뿐 만은 아닐 것이다. 금품 거래를 통해 특정 대학에 제자들을 보낸 고교교사들도 비난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대학의 위기'라는 말들이 넓게 회자되고 있다. 첫째는 대학이 너무 많아졌다는 점이다. 그다지 크지도 않는 나라에서 전문대를 포함한 대학숫자가 지난 1990년초만 하더라도 240여개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340여개에 이른다. 인구비례로 보는 대학생 숫자는 세계 제일이다.

둘째, 대학의 양적 팽창을 질적 수준이 따라가지 못함으로서, 대학이 사회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셋째, 극심한 경제난 속에서 초래된 취업률의 저하에 대학이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대학의 존재가치가 취업에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실업자 양성소'라는 이미지로 전락하는 현실은 분명 대학의 역할과 사명에서 볼 때 위기를 초래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대구경북권 대학들도 예외일 수는 없다.

출산율 감소로 인해 학생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올해 대구지역 학생수는 작년보다 초등 4천500명, 중등 5천100명, 고등 4천700명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경북지역은 2005년 40만1천198명이던 학생수가 올해 9만2천445명이 줄었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대학 신입생 충원은 갈수록 더 어려워 질게 뻔하다.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는 대학들로서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일부 전문대학들은 머지 않아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될 것이다.

지역대학들이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해결하는 근본적 책임은 뭐라해도 대학구성원, 특히 교수들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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