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도시 사람들은 건물에서부터 무기나 가구 의복, 장식품은 물론 지붕이나 도로에 깔린 돌 등 모든 것에 태양처럼 빛나는 재료들을 사용하고 있다. 그들은 호수 기슭에 퇴적되는 무수한 사금을 써서 이러한 것들을 만들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황금이 그다지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먹을 것이나 마실 것에조차 미치지 못하는 하찮은 존재일 뿐이다.…이 도시를 찾는 사람은 정중한 대접을 받을 것이다. 과일 샐러드와 앵무새 스튜, 벌새 구이 등의 요리를 맛볼 수 있다. 길가 여기 저기에 나뒹굴고 있는 황금이나 보석은 줍지 않는 편이 좋다. 주민들의 비웃음을 살 것이기 때문이다." 엘도라도 '황금향(黃金鄕)'의 전설에 나오는 얘기다.

이러한 황금향 엘도라도는 먼 곳의 얘기가 아니었다. 신라가 바로 황금 제국이었다. 삼국지 위서 동이전에는 "삼한에서는 구슬을 옷에 꿰매 장식하거나 목이나 귀에 달기도 한다. 그러나 금은과 비단은 보배로 여기지 않았다."했고, 아랍 사학자 알 이드리시(Al Idrisi)는 "신라에서는 금이 너무 흔해 개의 사슬이나 원숭이의 목테도 금으로 만든다" 했다.

이처럼 신라는 3세기 중엽까지 금보다 구슬을 더 귀하게 여겼다. 이후 유목민족 스키타이의 영향을 받은 신라는 5세기에 이르러서는 '황금 제국'이라 말할 수 있을 정도의 찬란한 황금 문화를 꽃피운다. 스키타이의 영향을 받았다지만 신라는 독창적인 모양의 화려한 왕관 등 금 공예의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주는 수많은 황금 유물을 남겼다. 특히 전 세계에서 발굴된 금관이 10개에 불과한데 이중 무려 6점이 신라의 것이다. 금관 외에도 금으로 만든 허리띠, 금제 관모, 금팔찌, 금 귀걸이는 물론 불탑에서 나온 금으로 만든 정교한 사리 장엄구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황금 유물이 있다.

최근 경주지역 문화예술인들이 도시브랜드 슬로건을 'Beautiful 경주'에서 'Golden City 경주'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최양식 시장은 '황금박물관'도 세울 계획이라 한다. '황금향' 경주에 걸맞는 신선한 발상이다. 관광객 유인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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