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청소년 등 상당수 아동 시설로부터 외면…학대 유형 세분화 등 사각지대 해소 노력 절실

학대받는 아동들의 상태에 따른 전문 보호·상담치료 시설 마련이 시급하다.

24일 한 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부모 등에게 학대를 당하고도 보호시설에 들어가지 못하는 아동은 크게 세 부류로 나뉜다.

우선 가정불화가 낳은 비행 청소년이다. 이들은 보호시설 내 입소해 있는 아동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시설은 이들의 입소를 꺼린다.

하지만 입소가 아니면 '가출-아동학대-가출'의 악순환이 되풀이 된다.

이와 함께 '경계선 친구'라고 불리는 약간의 지적장애를 가진 아동들도 문제다.

지적장애 등급이 정해지지 않는 이들은 보호시설과 장애인시설 사이에서 고민거리일 수밖에 없다. 전문적 치료 상담사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초등학생과 고등학생 사이의 중학생도 아동학대 보호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이들은 보호시설인 쉼터, 그룹홈 어디에도 들어가기 애매한 나이다. 쉼터는 13~24세 이하 청소년, 그룹홈은 0~18세 이하 청소년을 대상으로 운영된다. 이에 반해 쉼터는 고등학생, 그룹홈은 초등학생을 받는 것이 일반화 됐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세 부류의 아동들이 전체 아동학대 사례의 1/3을 차지하고 있지만 상당수의 아동들이 보호시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고 한다.

실제 최근 경북 한 중학교 청소년 상담사에 의해 아동학대 사례가 발견된 A군은 부모와 격리보호가 필요했다.

상담사는 지역 모든 보호시설 문을 두드렸으나, 나이가 어중간해 시설입소를 거부당했으며 경찰 수사가 진행된 뒤 겨우 한 애육원으로 옮겨졌다.

이처럼 이들이 보호 사각지대에 놓인 가장 큰 원인은 지자체의 무관심이 한몫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설 예산을 집행하는 지자체는 시설 운영에만 신경 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포항에도 '중장기 청소년 남·여 쉼터', 공동생활가정인 '그룹홈' 등 순수하게 학대 아동들만 갈 수 있는 곳은 5곳이 전부다. 세 곳을 다 합쳐도 입소 정원은 64명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시는 입소 인원에 대해 하루 단위로 점검하지 않고, 시설 직원에 대해서만 챙길 뿐이었다.

아동보호전문기관 직원은 "이 시설들 역시 비행 청소년, 경계선 친구는 쉽게 입소할 수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들 아동들의 보호와 상담, 치료를 위한 전문적인 시설이 신설 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 청소년상담사는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시설들이 잇따라 생겼으나, 세부적으로 아동을 분류해 관리하는 부분은 매우 부족하다"며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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