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기러기 한 마리

잠시 앉았다 떠난 자리에 가보니

깃털 하나 떨어져 있다

 

보숭보숭한 깃털을 주워들고 나는 생각한다

 

내가 머물다 떠난 자리에는

이런 깃털조차 하나 없을 것이다

 

하기야 깃털 따위를 남겨놓은들

어느 누가 나의 깃털을 눈여겨보기나 하리

<감상> 무한한 우주에서 작은 점 하나로 나타낼 수 있는 것이 지구일 것이다. 그 작은 점 하나 안에 수십억 사람들이 자신이 최고인 것처럼 으르렁댄다. 다 부질없는 짓일 수 있다. 무엇인가 남기겠다고 온몸을 던져 미친듯이 행하는 것들도 따지고 보면 허명을 찾는 욕심이고, 허무한 일이다. 그래도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고,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으면 존재는 그 자체로 빛나는 삶을 살고 있는 것 아닐까. (시인 하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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