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집에는 아직 헐어버리지 않은 아래채가 있다. 아래채를 아직 헐어버리지 못하는 것은 할아버지께서 손수 구들을 놓으신 온돌방이 있어서다. 늦가을이나 겨울은 물론 비가 내리는 여름에도 고향집에 가족들이 다 모이면 아래채 구들방을 차지하려는 경쟁이 벌어진다. 장작불을 지핀 구들방에서 한 번 지지고 나면 찌뿌듯하던 몸이 산뜻해지기 때문이다. 구들방에 드러누워 한 숨 자는 것을 우리 가족은 '지진다'고 했다. 온돌방은 이처럼 포기할 수 없는 매력을 갖고 있다.

온돌, 하면 가장 유명한 것이 지리산 반야봉 칠불암에 있던 아자(亞字)방이다. 한번 불을 지피면 따스한 기운이 49일을 간다고 했고, 땔감을 아예 지게에 지고 아궁이로 들어갈 수 있을 정도였다는 얘기로 유명하다. 이 아자방은 한국전쟁 때 파괴됐다가 1982년 복원됐는데 성능이 이전만 못해 한번 불 지피면 봄, 가을에 1주일 정도 온기가 지속된다고 한다. 아자방이 이처럼 오래 온기가 유지되는 것은 온돌 밑에 15~20㎝의 강회다짐이 있어서 보온층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라 한다. 학자들이 연구해 보았더니 이 외에도 온돌의 과학적인 구조와 온돌에 놓는 돌의 성질 때문이었다고 한다.

온돌의 핵심은 '고래'에 있다. 고래는 방구들을 구성하는 돌 사이의 빈 공간으로 연기가 지나가는 길이다. 아궁이 쪽이 깊고, 굴뚝 쪽이 얕아 옆에서 보면 꼭 고래등 모양을 하고 있다. 불 아궁이에서 불을 때면 뜨거운 공기가 고래 속을 빙빙 돌아 구들장을 달구는 구조다.

온돌은 아궁이에서 불길이 잘 빨려 올라가도록 설치한 언덕모양의 부넘기, 굴뚝으로 연기가 잘 빠지도록 굴뚝과 평행하게 파낸 개자리 등 공기 흐름을 정확히 알고 만든 구조물 들이 아주 과학적이다.

정부가 '온돌'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이 그들 북방 농촌에서 사용하던 훠캉(火火+亢)과 원리가 같다며 딴지걸고 있지만 우리민족 생활과 정서에 속속들이 차지하고 있는 온돌문화에 어떻게 비기겠는가. 세계유산 등재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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