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양치기는 양털을 깎아도 가죽을 벗기지 않는다"

티베리우스 로마 황제가 속주의 총독들이 조세부담을 높이는 증세를 요청하자 그 제안을 거부하면서 한 말이다. 7개의 조그마한 언덕에서 출발한 로마가 이탈리아반도를 통일하고, 유럽의 절반과 중동의 대부분, 아프리카 북부 해안지방을 비롯해 이집트까지 지배하면서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피정복민을 관대하게 통치한데 있었다. 특히 피정복자에 대한 세금문제에 대해선 더욱 관대했다. 부족한 세수를 속주에 대한 과세 강화가 아닌 로마인에 대한 조세부과로 해결하려고 노력했다.

아우구스투스 황제는 피정복자들과 로마시민 사이의 세금 부담상의 편차를 줄이기 위해서 로마시민들만 부담하는 상속세를 신설할 만큼 피정복민의 조세부담에 신경섰다. 로마는 어떤 곳을 정복하든지 그곳의 정치 행정 법률 관습을 존중, 가능한 보존시키려고 애섰다. 심지어 유대인들의 안식일까지도 존중, 안식일엔 조세를 징수하는 등 공무를 수행해 종교생활을 침해하는 일이 없도록 배려했다.

비록 피정복민이라도 로마 통치에 기여하거나 로마를 위해 공을 세운 자에게는 시민권을 부여했다. 이 때문에 그 시대 명성을 날린 인물들 대부분이 로마 본토 출신이 아닌 피정복지 출신이었다. 철학자 세네카, 신학자 아우구스티누스, 위기의 로마를 구한 황제 디오클네티아누스도 피정복지 출신이었다.

이처럼 정복한 모든 민족을 포용, 지중해지역의 모든 민족을 하나의 세계로 통합한 로마는 세계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업적을 다방면에 걸쳐 남겼다. "모든 고대사는 많은 개울이 호수로 흘러 들어가듯이 로마의 역사로 흘러들어갔고, 모든 근대사는 다시 로마로부터 흘러나왔다" 근대 역사철학의 아버지 랑케의 로마찬양이다.

무상복지 갈등이 증폭되자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대위원장이 "문제 해법은 증세로 갈 수 밖에 없다"며 증세문제를 공론화 했다. 야당은 '거위에게서 고통 없이 털을 뽑을' 자신이 있나. 증세는 함부로 말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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