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두부며 부침개며 찰떡으로

배고픈 날들 슬슬 달래 준 저 맷돌

 

우리 어머니 한숨과 응어리도

잘게 부수어 다독거려 준 저 맷돌

지금은 골동품 가게 한 구석에 들어앉아

거뭇거뭇 검버섯으로 늙어가지만

 

아랫돌에 잘 박아 놓은 중쇠처럼

중심 잘 잡고 살아라 말씀 건네는 저 맷돌

 

둘이든 셋이든 호흡 잘 맞는 맷돌질처럼

너희들 잘 어우러져라 눈빛 주시는 저 맷돌

<감상> 맷돌에 손댄지 언제였던가. 두부를 만들기 위해, 또 부침개 가루를 만들기 위해 맷돌을 돌리던 시절. 벌써 까마득한 옛날로 기억된다. 맷돌은 절대로 혼자 있어서는 쓸모없다. 아랫돌과 윗돌을 중쇠가 고정하여 놓고 어처구니를 잡고 빙빙 돌려야 한다. 그야말로 더딘 움직임이 있는 풍경이다. 전기 믹서로 단숨에 가루를 만드는 오늘의 시대에도 사람들은 맷돌에 사용하던 '어처구니'란 말을 종종 사용한다. 어처구니는 맷돌의 손잡이 나무 막대기를 말한다. 그것이 없으면 맷돌을 돌릴 수 없다. 어처구니 없는 일이 세상에 없으면 좋겠다. (시인 하재영)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