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재판관 국민이 선출한다면 정당한 판결이 이뤄질 듯 준엄하고 온전한 법치주의 필요

김정모 서울취재본부장

헌법재판소(헌재)의 통합진보당(통진당) 해산 여부에 이목이 쏠려있다. 초유의 정당 해산 심판이다. 심리를 마무리하고 9인 재판관의 평의(評議)를 앞두고 있다.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도 두 문항이 복수정답이다. 정답을 내야하는 헌재의 고민이 깊을 것이다.

통진당의 엇나간 행태에 비난이 쏟아진다. 민의와 동떨어진 외골수 이념이다. 태극기와 애국가의 외면은 국가를 과소평가하는 것으로 비친다. 내란음모 혐의로 재판중이다. 이 모 의원이 운영한 사업체가 허위서류로 선거보전금을 더 타냈다는 순천지청의 발표가 사실이라면 국고(國庫)사기다. 우파의 뻔뻔스러운 부패를 능가하는 위선적인 부패다.

형법을 위반한 사실은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하지만 정당해산은 또 다른 문제다. 정당 해산 제도가 정당한가. 정당이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배하면 해산된다. 6공화국 헌법의 '87년체제'다. 그러나 선거를 통해 존재하는 정당의 해산을 헌재가 판결한다면 법률관료가 주권재민(主權在民)을 대체하는 꼴이다. 정당은 선거라는 정치과정(process)을 통해서 존재하는게 민주주의다. 총선에서 국민이 유효득표수나 의석을 주지 않으면 자동 해산이다.

헌재 재판관을 임명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직접 선출한다면 판결의 정당성은 보장된다. 이참에 헌재 재판관, 대법관, 법원장에 비판사 출신 인사들이 선거를 통해 진출하도록 하면 어떨까 싶다. 균형적이고 공공성에 부합한 판결이 이뤄지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본다.

이 나라 법관의 재판이 항상 옳고 합리적인가. 조봉암 진보당 당수 사형 선고가 대표적 사례다. 재심에서 무죄로 뒤집혔지만 백골이 진토된 이후에 무죄면 뭘 하겠는가. 예수와 소크라테스 사형을 지금 무죄로 재심 선언하는 거나 다를 바 없다. 재판에 대한 국민인식은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다. '법재유착(法財)'이다. 법이 준엄한 온전한 법치주의가 먼저 필요하다.

정당해산의 효율성문제도 그렇다. 해산 후 이름만 바꾼 당을 만들면 논란을 빚을 것이다. 해산 정당은 유사하게도 창당하지 못한다는 법규가 있기는 하다. 법위반으로 영업취소당한 업주가 교묘하게 다시 영업을 하는게 우리 사회다. 정치의 장에서 선악이 공존해야 한다면 너무 역설적일까. 악을 추방하는 것은 하수이고, 악을 선으로 만드는 것은 고수다.

86개국 헌재와 대법원 회의체인 '베니스위원회(Venice Commission)'가 "반민주적 정당이 직접적인 폭력을 행사하고 그 폭력이 실질적 위험을 불러오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당해산제도는 집행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한 것도 법의 한계를 간파한 거다.

헌재의 정당해산 불가론은 중대한 의제이기에 무게가 남다른 두 학자에게 의견을 구했다. 김영래 전 동덕여대 총장(前한국정치학회장)은 "태국은 쿠테타가 나도 헌재가 판단한다. 헌재에 정치학자가 2명 들어가 있다. 판결도 정치적 판단이 필요해서다. 미국 헌법에는 정당해산제도가 아예 없다. 결사의 자유를 완전하게 보장한다"라고 했다. 조홍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前한국헌법학회장)는 "독일은 2번이나 정당을 해산했다. 사유재산을 부정하고 법치주의를 침해하고 자유민주적 질서를 위배해서다. 통진당사건도 법률적으로는 해산요건을 갖췄지만 한국문화에 대해 고민해서 판결할 것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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