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사회의 모습 그려내는 거울 시대의 흐름·역사적 사실도 알려줘 '세상의 원리' 시각적인 이해를 도와

집에 들어온 인문학사람과 세상이 담긴 공간, 집을 읽다 들녁출판│서윤영 지음

사람들은 평소 여러 가지 건물을 오가며 생활하고 있다. 사람들이 주거지로 이용하는 집이기도 하고, 혹은 제 각기 용도를 가지고 있는 공공건물이기도 하다.

'푸른들녘 인문교양' 시리즈 두 번째 주제로 '집'을 다뤘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 그 자체를 만들어주는 집들과 그 집에 얽힌 인문학적 지식에 대해 말한다.

집과 각종 건물들의 역할은 그저 사람들의 생활공간이 되어주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집의 형태는 곧 사회와 문화의 형태를 반영한다. 고대부터 중세, 근대에 이르기까지 각 사회를 구성한 집의 형태는 그 자연환경과 문화에 따라 달랐다.

오직 사람의 노동력만으로 피라미드를 지었던 고대 이집트, 화려한 성당을 짓는 기술만큼은 역사상 최고점을 찍었던 중세유럽, 습하고 더운 기후 때문에 지상으로부터 건물 자체를 띄워올리는 고상식 주택이 널리 퍼졌던 동아시아 일대, 마루와 온돌이 동시에 존재하는 우리의 한옥 등. 이런 건물들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를 알려준다. 이집트에서 가장 권력이 강한 것은 왕이었다는 사실, 그리고 중세 유럽에서 가장 힘을 가진 것은 왕이 아닌 신, 즉 종교였다는 사실이다.

또한 시원한 마루와 따뜻한 온돌이 동시에 존재하는 한옥은 여름과 겨울의 뚜렷한 온도 차이를 대비하기 위해 발달한 전통문화라는 것도 말이다.

집은 시대의 흐름과 역사적 사실도 알려준다. 처음에는 단독주택을 중심으로 살아가던 사람들이 아파트를 대표로 하는 고층 집을 지어 그 안에서 살기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배경에는 '산업혁명'이라는 역사적 전환점이 있다.

산업혁명으로 인해 도시에 공장이 여럿 세워지며 도시로 사람들이 몰리고, 한정된 땅에 인구가 늘어나자 집이 부족해져 집을 위로 쌓아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아파트가 산업화가 진행되어 도시가 발달한 나라의 주거 형태인 이유이기도 하다.

이처럼 집은 사람들의 생활공간인 동시에 사회의 모습을 그려내는 커다란 거울이다. 집과 건축물의 변화와 흐름, 그 사이에 얽힌 사회현상과 이야기를 살펴볼 때 사람은 세계를 읽는 큰 시야를 갖게 된다. 저자가 건축을 '사회적인 것'이라고 설명하는 이유이다.

사람은 자기보다 작은 것은 곧잘 관찰하면서도 자기보다 큰 것은 미처 살피지 못하거나 그 존재를 자각하지 못하기 쉽다. 집, 건축물은 사람보다 훨씬 크며, 그래서 사람들은 그 안에서 생활하면서도 나를 둘러싼 건축물의 형태조차 명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시야를 달리 해 내 눈을 이 건물들의 위로 끌어올려보자. 이제까지 보이지 않았던 많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것은 바로 우리 삶과 사회의 구조이다.

도시를 내려다보면 전철역에 가까워질수록 높은 건물이 많아진다는 것을, 그리고 역에서 멀어질수록 낮은 건물이 분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곧 전철역 근처에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며, 사람이 많을수록 그곳의 건물은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집과 집, 건축물과 건축물을 잇는 이야기를 읽다 보면, 어느새 머릿속에는 나만의 지도가 그려진다. 인문학적 시선에서 건축을 바라본다는 것은 우리가 어렵게 느끼게 마련인 '세상의 원리'를 좀 더 시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집에 들어온 인문학'은 그 이해를 쉽고 재미있게 도와줄 수 있는 책이다.

각 장의 내용이 들어가기 전, 도입부에서는 고대 유적지부터 현대의 고층 빌딩, 각종 유명 건축물과 그에 얽힌 이야기를 설명하는 그림과 사진 자료가 실려 나만의 인문학 지도를 그리는 길라잡이 역할을 한다.

건축과 그에 관련된 사회·문화·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써내는 건축 칼럼니스트인 저자 서윤영은 '건축 권력과 욕망을 말하다(2009, 궁리)', '사람을 닮은 집, 세상을 담은 집(2012, 서해문집)', '꿈의 집, 현실의 집(2014, 서해문집)' 등 여덟 권의 책을 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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