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 등 직할시 5곳 야권 차지·행정원장 전격 사의

대만의 집권당인 국민당이 29일 실시된 대만의 전국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국민당은 전통적인 강세지역이자 정치적 의미가 큰 타이베이(臺北)와 타이중(臺中)시의 시장 자리마저 야권에 내주면서 대만 정계에 거센 후폭풍을 예고했다.

대만 뉴스전문 채널 TVBS는 이날 오후 4시(현지시간) 투표가 끝난 뒤 곧바로 개표가 시작돼 전체 개표율 90%를 넘은 상황에서 신베이(新北)시를 제외한 직할시 5곳을 야권이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타이베이(臺北)시장의 경우는 개표율 95% 상황에서 야당 단일후보 격인 무소속 커원저(柯文哲) 후보가 71만2천457표(56%)로 52만2천647표(42%)를 얻은 국민당 롄성원(連勝文) 후보를 크게 앞서 당선이 확정적이다.

외과 의사 출신 정치 신인인 커 후보가 대만 정치 거물 롄잔(連載) 국민당 명예주석의 아들인 롄 후보를 꺾었다.

타이베이 시장직은 마잉주(馬英九) 현 총통과 천수이볜(陳水扁) 전 총통 등이 모두 거친 자리라서 '총통 등용문'으로 여겨지고 있다. 차기 총통 선거가 2016년 1월로 예정돼 있어 더욱 관심을 끈다.

전국 22개 현(縣)과 시(市)에서 동시에 실시된 이번 선거에서는 직할시장 외에도 현장과 현급시장 16명, 직할시 의원 375명, 현과 현급시 의원 532명 등 모두 1만 1천130명의 공직자가 선출됐다.

TVBS는 현장과 현급시장 16명 가운데 5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야권 후보가 당선됐으며 각급 지방의회 의원 다수도 야권이 차지했다고 전했다. 현재는 국민당이 15명을 차지하고 있다.

국민당 참패 원인으로는 마잉주 정부의 친중(親中)노선과 부패 의혹, 실패한 경제정책 등이 꼽힌다.

국민당이 대패하면서 마 총통이 겸임하고 있는 당 주석직을 유지하기가 힘들어지고 레임덕(권력누수)도 가속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장이화(江宜樺) 행정원장(총리)은 이날 선거 패배에 책임을 지고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대만과 중국의 양안 관계에도 파장이 미칠 전망이다. 중국이 마 총통 정부와 추진해온 양국 간 서비스무역협정 체결 협상을 비롯한 각종 정치·경제협력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선거에서 독립노선을 견지해온 대만의 제1야당인 민진당이 약진하면서 양안 관계가 새로 정립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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