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그룹 투자 44.2% 줄여

정부의 독려에도 대기업 그룹들은 경기부진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올해 들어 설비투자를 10%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연구개발(R&D) 투자는 6% 늘렸다.

3일 CEO스코어에 따르면 30대 그룹의 분기보고서 제출기업 254개사를 대상으로 3분기 누적 설비투자와 R&D 투자 규모를 조사한 결과 총 91조8천5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97조5천억원에 비해 5.8%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투자액의 71.2%를 차지하는 설비투자가 65조3천7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9.9% 감소했다.

반면 R&D 투자액은 26조4천800억원으로 작년보다 5.9% 늘었다. 대기업 그룹들이 설비투자를 줄이면서도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한 R&D 투자에는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분기보고서 제출 계열사가 없는 부영을 제외한 29개 그룹 중 설비투자를 늘린 곳은 10곳에 그쳤으나, R&D 투자를 늘린 곳은 18곳이나 됐다.

이중 삼성그룹은 올해 들어 3분기까지 33조3천700억원을 투자했다. R&D 투자는 13조9천800억원으로 4.8% 늘었지만 설비투자가 19조4천억원으로 16.9% 줄어 전체적으로 작년보다 9.0% 감소했다.

삼성의 설비투자가 급감한 것은 삼성디스플레이의 생산라인 증설 및 성능개선에 사용된 투자액이 5조8천500억원에서 3조3천억원으로 줄어든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대자동차그룹도 투자액을 줄였다. 작년보다 5% 감소한 9조1천400억원을 1∼3분기에 투자했다. 설비투자는 6조3천500억원으로 10.5% 줄였지만 R&D 투자는 2조7천900억원으로 9.1% 늘렸다.

반면 SK, LG그룹은 투자를 늘렸다. 특히 SK의 투자액은 12조9천200억원으로 작년보다 21.1%나 증가했다. 설비 및 R&D 투자 모두 21.5%, 18.2% 늘었다. SK하이닉스가 신제품 생산 장비를 교체하고 경기도 이천에 신규 공장을 건설하며 1조7천600억원 가량 투자를 늘렸다. SK텔레콤, SK인천석유화학, SK가스 등도 3천억∼5천억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했다.

LG도 작년보다 0.6% 소폭 늘어난 12조1천600억원을 투자했다. LG 역시 R&D 투자는 3.2% 늘렸지만 설비투자는 1.2% 줄였다.

이들 4대 그룹의 투자액은 총 67조5천900억원으로 2.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극심한 경기 부진 속에서 상위 그룹조차 투자에 몸을 사린 셈이다.

하지만 4대 그룹을 제외한 나머지 그룹의 투자 감소폭은 이보다 훨씬 컸다. 4대 그룹을 제외한 30대 그룹의 1∼3분기 투자액은 24조2천600억원으로 작년보다 14.7%나 줄었다.

그 결과 4대 그룹이 30대 그룹 전체 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70.8%에서 73.6%로 2.8%포인트 높아졌다.

심지어 포스코그룹은 투자규모를 절반 가까이 줄였다. 설비투자를 49.6% 줄인 결과 전체 투자액이 3조7천200억원으로 44.2% 감소했다. CJ와 한진그룹의 투자액도 각각 37.2%, 37.0%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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