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소리가 멈춘 뒤에도

한동안 출렁이는 종 줄을

젊은 수도사가 붙잡고 있다

면도 자국이 파랗다

동그스름한 귓바퀴가 발갛게 얼어 있다

<중략>

멈춘 뒤에도

멈추지 않는

종소리

빗장 걸어 잠근 침묵 속

귀가 울고 있다

<감상> 유럽 여행 중 봉쇄수도원 밖에서 안을 들여다 본 적 있다. 안을 들여다보았다는 표현은 내 언어의 모순을 끌어안는 표현일 수 있다. 담장으로 이어진 문 안쪽이 봉쇄수도원이란 이야기를 듣고 내가 저 안에 있다면…. 그런 생각을 잠시 했었다. 외부인과 접촉을 피하고 오직 성경과 기도, 노동으로 일관되게 살아가는 그 분들의 이야기에 난 고개 숙일 수밖에 없었다. 세상과 일정한 거리에서 세상 사람들이 올바르게 살아가기를 바라며 기도하는 봉쇄수도원에서 울리는 종소리. 그것을 듣은 것도 내 자신을 깨끗하게 하는 세례 즉 종세례 아닐까. (시인 하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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