未知生 焉知死 (미지생 언지사) 아직 삶도 모르는데 어찌 죽음을 알겠느냐

윤용섭 한국국학진흥원 부원장

계로(季路)는 곧 자로다. 자로는 논어에 자주 나오는 주요등장인물로서 성격이 솔직 담백하고 실천력과 용기가 뛰어나 공자가 아주 사랑했다. 그리고 때때로 엉뚱한 질문도 많이 하여 논어의 내용을 유머러스하게도 풍부하게도 해준다. 이 장면도 자로의 다소 엉뚱한 질문에 공자가 기막힌 명답을 선사해서, 이후 공자를 빛내고 유교의 진가를 상당히 드러내는 격조 높은 대화를 나눈 사례가 되었다.

자로는 궁금한 것은 꼭 물어야 하는 성격이다. 게다가 직설적이다. 자공 같으면 돌려서 젊잖게 묻기도 하겠지만.

먼저 흔히 귀신을 이야기하는데 도대체 귀신을 어떻게 섬겨야 잘 섬기는 것이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여기에 공자는 한 술 더 떠서 아직 사람 섬기기도 잘하기 어려운데 어찌 보이지도 않고 함께 생활하지도 않는 귀신 이야기를 하느냐고 자로의 펀치를 멋있게 피한다. 우선 사람을 잘 섬기는 것, 내가 상대하는 사람의 고충을 헤아리고 요구를 파악하며 내가 취할 도리를 알아서 하는 것 등, 이것이 더욱 중요하지 않은가? 더구나 부모에게 효도하고 벗에게 잘해주고 고객을 감동시키는 일 같은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말이다.

자로가 그러면 죽음이란 무엇이냐고 재일격을 가하자, 공자는 삶도 모르는데 죽음을 어찌 알려하느냐고 전광석화 같이 응한다. 인생의 정체를 잘 알고 잘 살아야지, 알기도 어려운 죽음에 대하여 연구할 겨를이 있겠느냐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상대하는 사람과 현재의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금언이라 하겠다.

<선진편>

一. 계로가 귀신을 섬기는 일을 여쭈었다.

季路問事鬼神 (계로문사귀신)

子曰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二. 사람도 제대로 섬기지 못하는데 어찌 귀신을 섬길 수 있겠느냐.

未能事人 焉能事鬼 (미능사인 언능사귀)

曰 [계로가] 묻기를

三. 감히 여쭙건대 죽음이란 무엇입니까?

敢問死 (감문사)

曰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四. 삶도 아직 알지 못했는데 어찌 죽음을 알 수 있겠느냐.

未知生 焉知死 (미지생 언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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