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봉산 주사암 인근 사유지 1㏊ 무차별 산림 훼손…관광도시 이미지 저해·산사태 우려 등 비난 여론

경주 오봉산 일부 지역에 무차별적인 벌목이 진행돼 경치를 훼손하고 있다.

1400년 된 신라 고찰(古刹)이 위치한 경주시 서면 오봉산 자락에서 벌목작업이 진행돼 주민 및 등산객들이 반발하고 있다.

특히 문화재 주변 산림을 특별하게 관리해야 할 행정당국이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벌목을 허가해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경주시는 최근 경주 서쪽 관문인 건천읍과 서면에 걸쳐 있으며, 삼국유사에도 기록돼 있는 아름다운 오봉산 자락 사유지 1㏊에 대해 벌목을 허가했다.

이로 인해 지난 12일부터 인부들이 벌목을 시작해 하루 동안 수백평의 면적에 수십 그루의 각종 나무를 무차별적으로 베어냈다.

벌목작업을 시작한 지 하루 만인 13일 아름다운 풍경으로 유명한 오봉산 자락은 소나무를 비롯한 각종 나무가 무차별 잘려나가 쓰레기처럼 곳곳에 방치돼 있었다.

또한 지름 20~50㎝ 가량의 아름드리 나무들도 마구 베어버려 잘린 밑둥치가 드러나 오봉산의 아름다운 경치를 훼손하고 있다. 더욱이 벌목작업이 진행중인 지역이 주말이면 1~2천명의 등산객이 즐겨 찾는 오봉산의 유일한 임도 변으로, 관광도시 경주의 이미지를 저해할 우려마저 낳고 있다.

오봉산에는 사적 제25호인 부산성(富山城)과 선덕여왕 때 숨어 든 백제군을 섬멸했다는 여근곡, 그리고 신라 문무왕 때 의상대사가 창건 했다는 주사암 등의 유적지가 있다.

특히 영산전 삼존불이 경북도 문화재로 지정돼 있는데다 신라 김유신공이 술을 빚어 군사들에게 대접했던 자리로 전해져 오는 마당바위가 곁에 있는 천년고찰 주사암에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주사암 관계자는 "오봉산은 다른 이름으로 닭벼슬 산으로 불릴 정도로 경사가 심한 산으로, 벌목작업을 진행해 민둥산이 된다면 산사태마저 우려된다"며 "문화재 주변 산림을 특별 관리해야 할 행정당국이 조림은 못 할 망정 벌목허가를 내줘 통탄할 일이다"고 말했다.

등산객 이모(52·경주시 황오동) 씨는 "아무리 사유지이지만 문화재 주변의 산림 벌목은 간벌을 하는 등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경주시 관계자는 "벌목허가 신청 접수 후 문화재 관련부서와의 업무협의 결과 벌목지역이 문화재와 500m 이상 떨어져 있어 허가를 내줬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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