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경제권력 재벌이 소유 더불어 사는 사회 대전환해야 선진국으로 도약도 가능해져

김정모 서울취재본부장

재벌가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에 분노하고 있다. 그런데 그녀는 "나만 가지고 왜 그래"라고 항변할 것이다. 당연하다. 그것이 잘못인 줄 모른다. 지방 토호 2·3세쯤만 돼도 호들갑을 떠는 사회를 비웃는다. 다른 사람도 그러는데 재수 없어 신문에 나서라는 인식이다. 경제성장 이후 '갑'들의 '갑질'은 일상화돼있다. 그 을은 자기보다 낮은 '병'한테 가서 또 '을질'한다. 군대 '줄빳다'가 생각난다. 종로에서 뺨맞고 한강에서 화풀이하는 사슬구조다.

그녀보다 그런 힘이 쏠리게 한 경제구조가 나쁘다. 나라 돈의 절반은 재벌에 있다. 국가총자산 대비 30대 재벌 비중이 46%다. 부동산 임대 수입 등 자산 소득이 있는 상위 1%의 1인당 연 평균 소득은 5억8천만원, 봉급생활자 2천222만원보다 26배에 달한다. 국민의 100분의 1도 안 되는 50만 명이 토지의 55.2%를 가지고 있다.

OECD 근년 통계다. 노동시간이 가장 긴나라가 멕시코 칠레 한국이다. 저임금노동자(중간 임금의 3분의 2 이하) 비중이 25.7%로 가장 높다. 국민소득이 3배인 한국의 최저임금이 중국의 1.8배다. GDP 세계 15위, 무역 8위의 나라이지만 자산도 소득도 땅도 없는 대다수는 몸둥아리 하나 굽혀서 살 수 밖에. 뼈 빠지게 일 해도 먹고살기가 팍팍하다. 비인간적인 '승자독식'사회구조에서.

최저임금을 저임금 기준선까지 인상한다면 내수를 진작시켜 경기회복도 꾀하는 도랑 치고 가재 잡는 일이다. 소득세, 증여세, 상속세의 누진세율을 높여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 법적인 상속세를 다 물면 부의 세습은 3대에 끝나지만 우회상속 편법상속으로 부가 세습되고 있다. 자본세를 도입해서 자본 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낮도록 해야 한다. 땅을 산 이득도 금융이자 수준을 제외하고는 세금으로 환수해야 하지 않을까.

현재 가난하면 노력해도 미래에 부자가 되기 힘든 구조가 더 큰 문제다. 미국의 100대 부자 중 70명은 창업자라고 한다. 우리 100대 부자는 74명이 상속자다. 정의롭고 공정한 경쟁 구조가 아니고서는 새로운 사업자, 새로운 부자 탄생은 요원하다.

돈의 힘이 저지르는 일탈행위는 국회입법, 관료집행, 감독의 칼날을 피해간다. 최후의 사법 심판도 오랏줄을 묶지 않는다. 미국 법원은 내부거래로 48억 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자에게 벌금 1조3300억원을 부과했다. 우리나라는 딴 세상이다. 지난 11월 21일 64억원을 빼돌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을 위반한 지역 토호를 대구지법 재판관은 집행유예로 시원하게(?) 풀어줬다. 2000년에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및 조세범처벌법을 위반한 재범인데도. 성직자보다 자비심이 넘치는 너그러운 법관이라는 찬사를 받으려는 것인지.

재력재시(財力在市), 경제력은 시장에 있어야 한다. 5공때 까지 정부가 갖고 있던 경제권력이 지금은 재벌에 있다. 이를 견제 감독해야 할 공정거래위 검찰 경찰 법원 등 사회질서 수호 기관에까지 검은 돈의 마수가 뻗쳐 있다. 사회경제구조를 확 뜯어 고치지 않고는 선진국 도약은 불가능하다. 유럽나라들처럼 더불어 같이 사는 인간사회로 대전환해야 한다. 우리민중이 2갑자 전 동학도와 농민처럼 들불로 일어나기 전에. 세월호나 타이타닉호처럼 침몰하기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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