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범 문경경찰서 수사과장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겨울음식 중 하나가 동치미다.

동치미는 우리 고유의 전통음식이며 시간을 두고 묵혀먹는 발효식품으로 소화력이 탁월할 뿐 아니라 아삭아삭한 무를 씹어 먹는 상쾌함이 돋보이는 반찬이다.

말(言)은 물건을 만나야 잊혀지지 않는 법이고 물건은 이미지를 지녀야 오래가는 법인데, 동치미가 오랫동안 우리 밥상의 터주대감 노릇을 한 것은 시원한, 친근한, 정감있는, 전통의, 고유의 등 이런 이미지 덕분일 것이다.

그렇다면 올해로 69주년을 맞는 경찰의 이미지는 어떠한가?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초면 인사 대부분이 '아! 무서운 일을 하시네요'라는 반응이었고 때론 우는 아이에게는 울음을 그치게 만드는 곶감이었다. 경찰관으로서 추측컨대 시민들은 경찰하면 꺼리는, 피하고 싶은, 권위적인, 두려운 등 이런 단어들을 먼저 떠올리지 싶다.

국가경찰은 있지만 동네경찰은 없었고 국민을 위한 경찰은 있지만 주민을 위한 경찰은 없었던 결과이다. 경찰이 친근한 이미지를 만드는 길은 멀리 있지 않다.

사람냄새 나고 사람 사는 맛이 나는 동네 가꿈이. 이것이 경찰의 최우선 역할모델이 아닐까?

답답한 속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묵힐수록 진한 맛이 우러나오는, 메인 메뉴를 더 맛깔나게 하는, 그 집만의 전통이 서린, 그래서 그 집을 대표하는 친근한 동치미처럼 동네치안을 지키는 미더운 경찰, 동네가치를 드높이는 아름다운(美) 경찰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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