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반대그룹 “성탄절 사이버 공격”…한수원측, 불안감 해소 “나몰라라”

월성원자력전경.

국내 원자력발전소의 내부 자료가 잇따라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6기의 원전과 방폐장을 보유하고 있는 경주와 울진지역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특히 해커가 성탄절 월성 2호기 등 원전 3개의 가동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 2차 파괴를 실행할 것이라고 밝혀 시민들이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하지만 한수원측은 불안감을 달래기는 커녕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어 한수원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가 땅에 떨어지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자료를 빼돌렸다고 주장하는 원전반대그룹은 지난 15일 처음 한수원 데이터센터를 해킹했다며 직원 인적사항을 포함한 내부자료를 블로그를 통해 공개했다.

18일에는 한수원 직원 연락처와 월성 1·2호기 제어프로그램 해설서 등이 공개됐으며, 19일에는 트위터를 통해 고리 1호기 원전 냉각시스템 도면과 발전소 내부 프로그램 구동 캡쳐 이미지 등을 공개했다.

이들은 지난 21일 새벽 4차 자료 공개를 통해 원전 도면과 매뉴얼 등을 추가로 공개하면서 "만약 성탄에 원전가동이 중단되지 않을 경우 자료를 전부 공개하고 2차 파괴를 실행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지난 23일에는 트위터를 통해 고리 1·2호기 도면 5장, 월성 3·4호기 도면 10장과 APWR(신형가압경수로) 시뮬레이터 프로그램과 안전해석코드(SPACE)라는 원전 프로그램 구동 화면을 캡쳐한 그림 파일 등 4종류의 자료를 5번째 공개했다.

또 "우리는 국민을 사랑하는 원전반대그룹이다. 국민 여러분, 원전에서 빨리 피하세요. 12월 9일을 역사에 남도록 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공격 수위가 높아지자 그 동안 정보유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한울원전은 바짝 긴장하며 대응에 혈안이다.

24일 한수원은 제 1대응방안으로 전직원의 개인 컴퓨터에 연결된 인터넷 망을 이날 밤 10시를 기점으로 차단한다고 밝혔다.

또한 비상 상황반은 원전 별 주요 운전변수 감시 및 이상 징후를 확인하고 모든 원전의 주 제어실 운전현황을 파악해 사건발생 시 초동조치 한다는 방침이다.

'원전반대그룹'이 크리스마스를 기점으로 추가 공격을 예고함에 따라 울진지역 한울원전본부와 신한울건설사업소는 업무에 제동이 걸렸다.

신한울원전 건설사업소를 비롯한 시공 3사와 70여개 협력사는 이날 오전부터 700여대에 달하는 개인 컴퓨터 인터넷 코드를 아예 뽑았다.

원천적으로 인터넷을 차단하는 것이 해킹을 막는 최선책이라는 입장에서다.

한울원전 관계자는 "지금은 해킹그룹의 실체를 파악하지 못해 어떤 방식으로 또다른 해킹을 시도할지 몰라 인터넷 차단이라는 강수를 내놨다"며 "다소 업무에 불편함은 있더라도 국가 사태인 만큼 대응 매뉴얼을 따르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원자력 건설 현장은 인터넷 차단이라는 강경책이 자칫 길어질 경우 사실상 업무가 마비돼 공황상태에 빠지게 된다.

익명의 한 시공사 관계자는 "한수원과 시공사간의 연결된 내부망은 또다른 인터넷 회선의 여러 컴퓨터와 연결돼 있어 평소 해킹에 무방비 상태나 다름없다"면서 "문제가 생길때 마다 어설픈 보안대책을 내놓는 대응 방식은 또다른 문제를 야기한다"고 꼬집었다.

이처럼 해커의 위협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한수원측은 정보를 차단한 채 "원전 제어망이 외부와 완전 차단돼 원전 운영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없다"는 주장만 되풀이 하고 있다.

이러한 한수원의 해명에 대해 경주시민들은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2005년 방폐장 유치 결정 이후 한수원 본사 경주이전 과정에서 각종 지역발전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아 시민들의 신뢰를 쌓지 못했기 때문이다.

본사 신사옥 준공이 1년 밖에 남지 않았지만 아직 부지도 구하지 못하고 있는 직원사택 문제와 설립을 약속한 자율형사립고도 별다른 대책 없이 표류하면서 시민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몇 년째 문제해결 노력 없이 수수방관하고 있는 한수원이 이제 다양한 대책을 마련해 발표해도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더욱이 일부 시민들은 한수원이 지난 2012년과 2013년에 발생한 납품비리 및 시험성적서 위조사건 후 대대적인 조직혁신을 단행했지만, 또다시 이번 사건이 터진 것은 이유여하를 떠나 조직의 허점을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석모(53·경주시 충효동) 씨는 "정부합동수사단의 수사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이번 사태로 한수원의 신뢰 추락은 가중 될 수밖에 없다"면서 "원전과 방폐장을 보유하고 있는 지역주민들과 평소 소통을 좀 더 강화했더라면 시민들의 불안감 해소에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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