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두는 전염성과 사망률이 높아 18세기 유럽에서만 연 40만명이 사망했다. 우리나라는 1951년 전국에 4만여명의 천연두 환자가 발생, 이중 만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천연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간의 목숨을 가장 많이 앗아간 질병이다. 천연두와 같은 세균과 바이러스는 지금도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가장 무서운 존재다. 인간이 세균과 바이러스를 일부 통제할 수 있는 대상이 된 것은 고작 200여년에 불과하다.

영국 외과의사 제너는 가난한 외양간의 하녀와 소를 다루는 사람들은 천연두를 전혀 앓지 않는 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들은 치명적이지 않는 천연두와 비슷한 병을 자주 앓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병은 소에만 발병한다고 해서 소천연두, 즉 '우두(牛痘)'라 불렀다. 제너는 1792년 우두를 실제로 어린이들에게 적용, 천연두 예방법을 발표했다. 이것이 종두법(種痘法)의 시초다. 19세기 중반 종두법은 전 유럽으로 보급됐다.

우리나라에서 사용된 백신도 1879년 겨울 지석영이 충북 덕산에서 처조카들에게 놓은 '우두'가 시초다. 이후 만연하던 천연두가 점차 사라졌다. 세계적으로도 1977년 소말리아의 한 남자가 천연두를 앓은 것을 끝으로 수천년 동안 인간의 생명을 위협한 천연두는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20세기 중반까지는 장티푸스, 콜레라, 말라리아, 뇌염 등이 수시로 침습, 매년 수천명에서 수만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조류독감, 신종플루, 에볼라 바이러스 등 아직 백신을 만들지 못한 세균과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는 여전하다.

지난 26일, 안동시 풍산읍 경북바이오산업단지 내 SK케미칼 백신공장(L하우스)이 식약처로부터 국내 최초 세포배양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의 제품허가를 받는 개가를 올렸다. 내년 하반기부터 국내 시판에 들어간다고 한다. 노바티스, 박스터 등 쟁쟁한 글로벌 기업에 이어 세계 3번째다. 이 공장은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으로부터 490만달러(약 54억원)의 지원금을 받는 등 벌써부터 국제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경북 미래산업인 의료바이오산업의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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