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슬픔이 거센 강물처럼/ 네 삶에 밀려와/ 마음의 평화를 산산조각내고/ 가장 소중한 것들을 내 눈에서 영원히 앗아갈 때면/ 네 가슴에 대고 말 한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행운이 너에게 미소 짓고 하루하루가 환희와 기쁨으로 가득 차/ 근심걱정 없는 날들이 스쳐갈 때면/ 세속의 기쁨에 젖어 안식하지 않도록/ 이 말을 깊이 생각하고 가슴에 품어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시인 윌슨 스미스는 슬픈 일이나 기쁜 일이나 우리들 일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들은 그 때 그 자리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고 다 지나간다고 읊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사를 날씨에 비유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맑게 갠 날만 계속되기를 바라지만 변덕이 심한 날씨는 그 같은 바람을 허용치 않는다. 세찬 비바람과 눈보라가 몰아치는 악천후도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삭풍은 항상 불지 않고, 폭우는 하루 종일 오지 않는다. 세찬 비바람과 눈보라도 여간해서는 며칠을 넘지 못하는 법이다. 햇빛 만 내려 쪼이는 맑은 날만 계속 되는 것도 큰 재앙이다. 그렇게 되면 이 세상은 사막이 된다. 혹독한 악천후를 이기고 씨앗이 싹을 틔우듯이 우리의 삶도 시련과 고통을 밑거름으로 하여 희망의 싹을 틔우게 되는 것이다.

삶은 오늘 내리는 비바람과 폭풍우 속에서 맑게 갠 내일의 새아침을 맞이하는 기다림이다. 청마의 꿈을 품고 출발한 2014년 말띠 해는 갠 날보다 궂은 날이 계속된 한해였다. 300명이 넘는 생목숨을 수장시킨 '세월호 대참사'로 온 국민은 비탄과 고통 속에서 한해를 보냈다. 우리 공동체의 구조적 모순과 병폐를 여지없이 드러낸 세월호 참사는 정부기관들의 무능력과 무책임을 만천하에 확인시켜주었다. 꽃다운 젊은 영혼들이 수장돼 가는 실제상황을 지켜보면서 찢어진 국민들의 마음은 아직도 아물지 않고 있다.

오늘 하루만 지나면 온 국민을 통곡케 한 잔인하던 이 한해도 또한 지나가리라. 그러나 세월호 시련이 남긴 '국가 대개조'의 화급한 현안을 미뤄서는 안 된다. 그래야 희망의 새해가 될 수 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