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환경변화로 어민 생계 타격…올해 오징어 50t 수확 최근 3년간 80% 급감

모래보다 작은 입자의 흙이 계속해서 흥해읍 우목리 해안가로 밀려오고 있다. 어민 A씨(43)는 "흙이 쌓이고 있지만 빠져나가지 않아 바다 바닥은 뻘이 형성됐고, 퍼내면 역한 냄새가 난다"고 주장했다.

포항 해안이 극심한 환경변화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이는 생태계 변화를 불러 오고 있으며, 포항 어업인들은 생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또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복원하기 위한 수많은 노력에도 불구, 송도 등 일부 해수욕장들은 이미 본연의 색채를 잃어버렸다.

환경 변화의 원인은 개발, 지구 온난화 등 다양하게 지목되고 있다.

흥해읍 죽천리 해안은 모래가 계속 쌓이고 있으며, 백사장 길이가 최근들어 30여m 늘어났다고 어촌계 관계자는 밝혔다.

본지는 무엇이 해안을 변화시키고 있는지,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해안선이 변하고 있다

해양 환경의 변화를 가장 먼저 눈으로 확인 할 수 있는 것은 해안선이다.

포항의 해안이 점차 바뀌고 있다는 것은 이미 경북도와 항만청, 포항시, 국립해양조사원 등도 파악하고 있다.

이 중 포항지방해양항만청이 지난 2006년부터 매년 분석한 해안선 변화 관측 결과에 따르면 용한해수욕장의 백사장 폭은 2012년 기준 8m로 6년간 17% 늘었다.

죽천해수욕장은 90% 증가한 27.6m, 송도해수욕장은 76% 불어난 18.6m로 나타났다.

특히 영일대해수욕장은 37.3m로 확인, 6년 전보다 백사장이 두배 증가했다.

백사장이 줄어든 해수욕장도 있었다. 도구해수욕장은 다른 해수욕장과 달리 백사장 폭이 2006년보다 20% 감소한 13.4m였다.

이들 해수욕장 가운데 송도해수욕장은 해안선 변화에 대표된다.

이 해수욕장의 백사장은 백사장 너비가 40~100m에 달했으나 공단 조성을 위한 해안매립 등으로 조류가 변하면서 백사장이 줄었다.

또한 1983년 등 2차례의 해일로 모래가 유실, 자갈밭으로 변했다. 이후 복구하기 위해 모래를 채워 넣었지만 유실이 더 많아 2007년 해수욕장 문을 닫았다.

△파도와 해류도 변했다

먼 바다에서 밀려오는 파도 주기의 변화도 해안선을 변화시키는데 한몫을 차지하고 있다.

파도는 보통 5~15초 주기로 몰려 오는데, 15초가 넘어서면 이를 장주기라 부른다.

장주기가 되면, 파도가 끌고가는 모래의 양은 더욱 많아 해안선 변화를 가속화 시킨다.

이 현상은 일반적으로 태풍 등에서 보이지만, 최근 10년들어 주기가 잦아졌고 겨울철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는게 항만청의 분석이다.

해조류도 바꼈다. 영일만항 북방파제 건설을 기준으로 주변 최강유속이 건설 이전보다 10㎝/s 줄었다.

또한 여남갑 전면까지 유속감소 현상을 보였으며, 이는 남방파제 완공 후에도 유속감속이 나타날 전망이다.

△어민들의 생생한 증언

수치만이 아닌 어민들의 생생한 증언도 있다.

지난해 4월 포항 해병대 청룡회관 오수 배출 문제(본지 2014년 4월24일자 6면 보도 등)가 터졌을 당시 일이다.

동해면 어촌계 어민들은 오수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보다 더 큰 문제로 해안의 환경변화를 지목했다.

입자가 고운 모래와 흙이 계속 해안으로 밀려와 쌓이면서 암초를 덮히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어촌계 어민들은 바다 밑바닥에서 키우는 전복, 미역 등 해산물을 더이상 키울 수 없게 됐다고 울상을 지었다.

이와 함께 포항 영일만항 북방파제 인근에서 침몰한 화물선 청루-15호의 인양 마지막 과정이 진행된 지난해 5월 비슷한 문제가 제기됐다.

이 시기 기름 유출사고가 발생했을 때(본지 2014년 5월15일자 5면 보도 등) 북구 흥해읍 우목리는 바다 위로 기름이 계속 쌓였고, 그 아래는 갯벌처럼 회색빛을 띄었다.

이 현상에 대해 어민들은 해류가 들어가지도 빠져나가지도 않아 바다 밑바닥이 썩고 있다고 결론 짓고 있었다.

어민들은 과거 없었던 이 현상을 기름유출 보다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였다.

△해안환경 변화=생태계 변화

해안선 변화는 바다의 환경이 변하고 있다는 점을 반영하고 있다. 이 변화는 곧 수산자원의 생태 변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포항시어민회의 말을 들어보면 포항연안은 오래 전 부터 회유성 어종이 많이 잡혔다. 오징어, 삼치, 금멸치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올들어 잡힌 오징어는 최근 3년을 비교해 80% 줄어든 50여t에 불과했다.

삼치도 해마다 평균 100t이 잡혀야 하지만, 절반도 미치지 못하는 수만 어민들에게 수확됐다. 금멸치의 경우도 평년의 10% 수준인 70여t만 잡혔다.

여기다 구룡포수협은 해류 변화로 모래가 쌓이면서 조개, 전복 등 해산물의 거래량은 점차 감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어민회도 해산물을 양식 할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되는 탓에 어민들의 생계수단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안타깝게도 해산물의 정확한 수확량은 확인되지 않았다.

과거 해산물은 수확하게 되면 '강제상장 위판제도'에 따라 무조건 수협에 위판, 수확량을 파악할 수 있었으나 김영삼 정부들어 이 제도를 없앴다.

이후 개인간의 자율적인 거래가 가능해졌지만 그 수는 기록은 되지 않아 수확량의 증감 추이는 확인 할 수 없다.

△어민 수 감소

생태계 변화는 어민 수 감소로 이어졌다. 물의 흐름이 바껴 연안 회유성 어종이 감소하고, 연안에 조개 등 해산물이 극감했기 때문이었다.

또한 포스코와 항만 등 개발에 밀려 삶의 터전을 내 준 어민들은 바다를 떠났다.

어민들이 1980년대 포스코 건설로 환경과 수산자원이 황폐해졌다고 주장해 받은 금액은 200여억원이다.

이와 함께 최근 건설된 항만 중 영일만항의 경우 1차 직·간접보상 700여억원, 2차 추가보상 40여억원 등이 집행됐다.

이처럼 보상금을 받고 어업을 포기하거나, 또 다른 이유로 스스로 바다를 떠난 어민은 포항수협을 기준으로 40%가 감소했다.

80년대 초 포항수협 조합원은 2천200여명에 달했으나, 현재는 1천300여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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