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경북일보 문학대전 금상…시 ‘정열식물원’

최정연경북 영덕군 영덕읍 덕곡길

사람들이 사라진 철지난 바다는 지금에야 비로소 자신들의 시간을 만들어 가고 있는 듯하다. 부서지고 다시 뛰어오르고 또 하얗게 녹아내리는 그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마치 새로운 생을 준비하고 있는 듯 했다. 오래 전 모교의 스승은 늙지 않는 시를 쓰라고 제자들에게 조용히 가르쳤다. 그러나,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어디에도 가지 않고 밤톨 같은 아이들 가갸거겨 장단 맞추며 나는 멜랑꼬리 신부로 늙어가는 중이었다.

손잡이가 떨어져버린 질그릇 속의 선인장을 쓰윽 뽑아 흙을 털어주고 원예 치유 프로그램 메뉴얼대로 가시꽃을 옮겨 심는다. 돌보지 않은 가시선인장이 움찔 놀라며 묻는다. 누구세요? 난 동굴에서 지금 막 나왔어. 눈이 부셔. 그렇게 날이 다시 시작되었다. 계축 북방운에 큰 연고는 없으나 모든 일에 재수가 돌아오리라, 몽땅 털리고도 또 속아주며 오늘의 운세를 점쳐본다. 당신의 이름 풀이까지 훑어보며 이제 나는 내가 원하는 걸 원한다고 예쁜 내 이름으로 주문을 건다. 유배지 같은 이곳에서 들판에 깨를 심으니 들깨가 되고, 고구마를 심으니 산노루가 뛰논다. 산 들 바다가 모두 기름지다. 그야말로 내 삶의 체험현장이다.

축제의 자리에 초대받는 행운을 주신 심사위원님께 감사 인사드립니다. 내 유년의 모든 스승인 해달별 너희도 오늘 안녕? 고운 목소리로 허밍하며 밖으로 나를 끌어내 주신 '화림/글함문학' 동인들 고맙습니다. 나의 영원한 아군인 남편 혁전씨 날마다 안쓰럽지만 어디에서도 굴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으니 또 고맙네요. 그리고 내 미래의 든든한 후원자들 한결, 한성, 엄마를 진짜진짜 부탁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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