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 와 본 것 같아
저 프리지어 그늘 아래 나 노랗게 꽂혀있네
공터의 노랑나비 몇 겹의 쪽문 열고
정열식물원으로 들어가네
잎 숨결 따라 하늘하늘 패인 길을 헤매네
쪽문마다 노란 등이 켜지네
문이 열리네
쇼윈도우 저 편, 알몸으로 진열된 내가
또 몇 개의 나로 분재되고 있네
거울 속 수 만개의 꽃눈들이 화르르 타오르다
한 방울의 눈물로 출렁, 허공에 내가
매달려 있네 키득키득 웃고 있네
온몸으로 엉키고 있네
뿌연 앞산의 소문처럼 꽃 지네
마음 한 줄기 물관을 지나
너를 버리러 간 사월 한 때, 정열식물원 앞에서
나 문득 푸르고 정다웠던 나를 보았네
꽃들의 머리 위로 노란 눈물 뚝뚝 흘러내리는
나비야, 나비야
나 싱싱한 맨몸으로 오래오래 꽂혀 있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