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층 우편함 인근 오토바이서 발화…폭발·바람에 초기진화 못해

맨발의 탈출10일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동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소방대원들이 주민들을 구조하고 있다. 연합

주말 오전 경기도 의정부시내 주거용 오피스텔 등 건물 3동에 화마가 덮쳐 100여 명이 사상했다.

평화롭던 토요일 오전 늦잠을 자고 여유를 부리던 사람들이 난데없는 화재에 아비규환 속에서 고통을 겪다 숨지거나 부상에 신음하고 있다.

화마를 피하고 겨우 살아남은 주민들도 모든 것을 잃고 한겨울 추위에 인근 초등학교에 차려진 임시대피소에서 초점 잃은 눈으로 밤을 지샜다.

◇ 화재 발생

10일 오전 9시 27분께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동 10층짜리 대봉그린아파트에서 불이 나 한경진(26·여)씨 등 4명이 숨졌다.

또 건물 안에 있던 주민 100명이 연기를 마시는 등 부상해 인근 병원으로 분산 치료 중이다.

이 가운데 10명은 생명이 위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은 인근 건물로 확산해 10층과 15층짜리 건물 등 3개 동을 태웠다.

인근 또 다른 4층짜리 원룸 건물과 주차타워, 다가구주택, 단독주택 2곳도 피해를 봤다.

한씨는 건물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안현순(67·여)씨와 윤효정(29·여)씨는 연기를 마셔 의식을 잃은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 중 숨졌다.

이광혁(44)씨는 화재 진압 후 소방관들이 2∼4층을 수색하다 사망한 것을 발견했다.

주차장에 있던 차량 20대도 모두 탔다.

소방당국은 헬기 4대 등 장비 155대와 소방관 500명을 동원했지만, 진입로가 좁고 건물 뒤편이 지하철 철로여서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불은 발생 2시간 여만인 이날 오전 11시 44분께 진화됐다.

소방당국과 경찰은 화재 원인과 피해 규모를 조사 중이다.'

◇ 화재 상황

이날 불은 대봉그린아파트 1층에서 시작됐다.

주민 정모(46)씨는 "1층에서 펑 소리가 나더니 불길이 일었다"며 "20분 만에 불이 옆 건물로 옮아붙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화재 당시 바람이 강해 불이 외벽을 타고 삽시간에 원룸 등 인근 드림타운과 해뜨는 마을 등 각각 10층과 15층짜리 건물 2동, 주차타워, 4층짜리 원룸 건물과 주택 등으로 번졌다.

요양병원을 비롯한 인근 건물 주민들도 긴급 대피했다.

대봉그린아파트에는 88가구 규모의 공동 주택이다.

1층 출입구가 막히자 주민들이 갇혔다가 건물 안으로 진입한 소방관의 도움으로 대피했다.

저층 주민은 창문에서 비명을 지르다 뛰어내리기도 했다.

일부 주민은 옥상으로 피신, 소방헬기 4대에 의해 구조됐다.

주민을 구조하러 건물 안으로 들어갔던 경찰관 2명도 갇혀 7층에 있던 1명은 사다리차로 구조됐다. 이재정(35) 순경은 3층에서 아래로 뛰어내려 중상을 입었다.

경찰도 1천여 명을 동원, 인명 구조에 나섰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는 모두 4명이고, 부상자 수는 100명이다.

사고대책본부는 당초 100명에서 중복자 1명을 제외한 99명으로 정정했으나 추후 접수된 부상자가 있어 다시 100명으로 수정 발표했다.

의정부시는 인근 경의초등학교에 이재민 임시 거처를 마련했다.

오후 7시 현재 이재민 77명이 임시대피소에서 지내고 있으며, 경미한 부상자 등이 속속 도착하고 있다.

대책위는 이재민이 최대 200명일 것으로 보고 있다.

◇ 경찰 수사

이번 불은 애초 대봉그린아파트 1층 주차장 차량에서 불이 난 것으로 알려졌다. 과열 등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소방당국과 경찰은 폐쇄회로(CC)TV를 확인해 1층 우편함 옆에 주차된 4륜 오토바이에서 최초 불이 시작된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오토바이에서 시작된 불이 인근 차량으로 옮아붙어 대형 화재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오토바이 주인을 상대로 화재 원인과 연관이 있는지 조사 중이다.

이와 별도로 방화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하고 있다.

불은 건물 외벽을 타고 급속도로 확산했다. 방화방염처리가 안돼 있고 바람이 거셌던 탓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또 건물 안에 있던 입주민들은 불이 났는데도 화재경보나 대피 방송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2013년 입주를 시작한 이 건물에 건축자재를 제대로 사용했는지, 소방설비를 제대로 갖췄는지 등도 수사할 방침이다.

반면 국민안전처는 화재 당시 경보기가 작동했다고 해명했다.'

◇ 이름은 아파트, 허가는 오피스텔

불이 난 건물은 아파트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지만, 주거용 오피스텔로 허가를 받았다.

불이 처음 시작된 대봉그린아파트와 불이 번진 드림타운은 모두 지하 1층, 지상 10층, 2천500㎡ 규모다. 2012년 9월 완공돼 이듬해 입주가 시작된 새 건물이다.

특히 대봉그린아파트 외벽이 '드라이비트'라는 내부에 스티로폼이 들어 있는 단열재로 마감 처리됐다.

이 때문에 불이 외벽을 타고 급속도로 번진 것으로 소방당국을 추정했다.

두 곳 모두 스프링클러는 설치되지 않았다. 10층 이하여서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다.

2013년 완공된 인근 해뜨는 마을은 지하 1층, 지상 15층, 4천285㎡ 규모다. 외벽이 타던 초기엔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으나 내부에 불이 번지면서 작동했다.

이들 건물 3동은 공동주택 246가구와 오피스텔 19호로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입주가 완료되지 않아 175가구가량 살고 있었던 것으로 의정부시는 파악했다.'

◇ 사망자

▲ 추병원 = 한경진(26·여) ▲ 의정부의료원 = 안현순(68·여) ▲ 의정부성모병원 = 이광혁(44) ▲ 의정부백병원 = 윤효정(29·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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