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를 마치고 죽도시장 수제비 골목에 간다
긴 나무의자에 모두 엉덩이 조금씩 얹어
칼국수 수제비 칼제비를 먹는다
오랜만에 장 나선 주름진 입은 오물오물
어느새 가릴 것 없어진 아주머니는 후루룩
중년의 사내는 콧등의 땀도 마신다
고운 처자는 처진 머리카락 슬쩍 걷어 올리며 호륵 호르륵
오물오물거리는 아이 입만 봐도 환하다
물 펄펄 끓는 솥에 수제비 뜯어 넣는
아직은 처녀 같은 주인 정옥 씨
루즈 새빨간 입술로 살짝 웃는다
수제비 한 그릇에 담긴 거룩한 시간
그 골목, 사람들을 지켜보는 신도 흐뭇하다
<감상> 한 끼의 완전한 식사를 우리는 은총이라 말해야 한다. 그 한 끼가 쌀밥이든, 수제비든, 칼국수든, 하물며 낯선 인도 아니면 이집트 음식이든 우리는 한 끼를 해결하는 일은 감사해야 할 일이다. 시인은 주일미사를 마치고 죽도시장 수제비 골목에 갔는가 보다. 그곳에서 체험한 잔잔한 풍경이 그냥 아름답고 고맙다. (시인 하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