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사이 간격 좁고 가연성 드라이비트 마감 대다수…대형화재 예방책 마련 절실

포항 원룸 밀집지역에서 1m간격을 두고 지어진 건물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도 의정부 아파트 화재가 대구 경북 지역에도 언제든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현재 의정부 아파트 화재를 키운 원인으로 드라이비트 공법이 지목되고 있다. 또한 건물과 건물 사이가 1m 남짓에 불과해 불길이 빠르게 다른 건물로 번진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다 주차장으로 사용되는 건물 1층에 제대로 된 소방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것도 이번 화재에서 드러난 문제다.

이 같은 건물들은 대구는 물론 포항과 구미 등 경북도 내 지역에서 찾기 어렵지 않다.

드라이비트(drivit) 공법의 경우 원룸, 도심 속 소형 아파트, 빌딩 등이 대다수 이 공법으로 지어져 건물 외벽을 손으로 두드리면 속이 빈 것 같은 '퉁'소리가 난다. 포항 한 종합병원도 그 중 하나다.

이 공법은 외벽 마감재 방식으로 사용되며 공사기간 단축과 쉬운 시공이라는 장점을 가졌다. 뿐만 아니라 방수성과 단열성도 뛰어나 발주·시공사의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드라이비트 공법의 최대 단점은 화재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더욱이 불이 잘 붙는 스티로폼이 단열재로 사용되고 있음에도 불구, 건물 외장재에 대한 뚜렷한 법 규정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옆 건물과의 간격이 좁다면 문제는 더욱 크다.

포항북부소방서에 따르면 건물 간격이 1m에 불과한 곳에서 불길이 일 경우 이론상 이곳의 온도는 최고 1천300℃까지 오른다.

이와 함께 불은 주변 산소를 급격히 빨아들이며 위로 솟구친다. 이 때 발생한 엄청난 온도는 건물 유리창을 부수며 건물 내부까지 빠르게 확산한다.

이는 의정부 아파트 화재 규모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주차장 용도의 건물 1층에 소방시설이 없는 문제도 지역 곳곳에 화재 위험을 키우고 있다. 원룸, 빌라 등의 1층 주차장 천장은 석고보드 등 재질로 덮여 불에 약하다.

천장을 뜯어보면 그 속에 PVC파이프, 전선 등이 콘크리트 구멍을 통해 건물 내부로 이어져 있다. 이 공간을 따라 불길이 옮겨갈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주차장에서 발생한 오토바이나 차량 등의 화재를 진화할 소방장비는 전무하다. 결국 이런 건물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매일 대형화재의 위험성을 안고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이에 따라 건물 간 거리에 따른 건물 외장 공법의 규정을 명확히 하는 것은 물론, 유사 건물들의 전수조사를 통해 시설을 보강하는 등 대형화재를 예방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포항 한 건축사무소 관계자는 "원룸 밀집지역은 건물간의 간격이 1m도 되지 않는 곳이 숱하다"며 "건물주들이 건폐율을 최대한 이용해 건물을 지으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건물 외장도 대부분 화재에 취약한 구조로 돼 있어, 법 규정을 세우는 등 화재 예방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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