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직결선, 지역문화계 기회이자 위협 요인으로 작용 인구 대비 문화기반시설·예산 비중 전반적으로 낮아 문화행정 조직정비…업무 담당 전문인원 재배치 시급

포항국제불빛축제.

오는 3월 개통하는 포항-서울간 KTX직결선이 지역 문화계의 기회이자 위협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포항시 용역으로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발간한 '포항문화비전 2022'에 따르면 포항-서울간 KTX 운행에 따른 수도권 집중화 및 지역문화계 위축을 위협요인으로 꼽았다.

포항시는 도로·철도·항만 등 도시기반 시설 확충으로 전국 어디에서나 접근성이 확보돼 고부가가치 물류인프라가 구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포항-서울간 KTX직결선 뿐 아니라 문화예술정책이 비교적 활발한 대구·경주·울산·부산과 지역적으로 인접해 있어 문화 확산의 중심지가 될 수도 있다.

칠포재즈페스티벌.

하지만 전국적으로 경제·교육 등과 함께 문화까지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지역문화는 위기 상황에 놓였다. 지역 간 문화 불균형은 더욱 심화돼 전통문화의 단절, 중앙답습, 중앙 배급식 획일화 등으로 지역적 특색이 상실되고 있다. 여기에 경북도청 이전에 따라 문화발전이 경북북부지역으로 치우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화예술정책이 열악할 경우 오히려 문화잠식 현상이 나타날 수 있어 포항시 문화계가 다양한 위협에 중무장해야 하는 상황이다.

연오랑세오녀 국제세미나.

'포항문화비전 2022'에서도 "다양한 문화콘텐츠산업 육성과 문화예술 및 문화자원을 활용한 도시 정체성 확립방안을 마련해야한다"고 제안했다.

◇ 예산 부족

인구 50만이 넘은 포항시는 전국의 1%, 경북도의 19%, 경주시의 2배, 안동시의 3배 등 경북도 내 시단위에 비해 두세 배가량 많다. 하지만, 문화기반시설 및 문화향유 정도는 그에 미치지 못하다.

경주시와 안동시의 문화재 예산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문화재분야를 제외하더라도 문화예술 관련 예산 비중이 전반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포항시의 2014년 문화예술 예산은 280억8331만8천원으로 포항시 일반회계 예산의 2.57%다. 2010년 114억5200만원, 2011년 199억2300만원, 2013년 201억582만8천원에 비해 증가한 것이지만, 타 지역에 비해 낮은 편이다.

포항시 인구의 1/3 수준인 안동시의 2014년 문화예술 예산은 326억1561만8천원, 인구절반의 경주시는 291억9280만5천원으로 집계됐다. 포항시의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투자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사실이다.

특히 문화재 예산 비중은 현저하게 차이가 난다.

경주시는 문화재 예산이 366억6568만7천원인데 비해 포항시는 44억9844만9천원으로 9배정도 높다. 안동시는 197억6457만2천원 수준이다.

문화재 예산 비율이 낮은 것은 그만큼 문화재 발굴 성과가 적다는 것을 반증한다.

지역을 대표하는 시립박물관 및 전문박물관도 없어 포항에서 출토된 유물은 국립경주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에 이관돼 관리 및 보존되고 있거나, 방치되기도 한다.

'포항문화비전 2022'에서는 "포항시가 보유하고 있는 국보 및 보물 등을 활용한 종합박물관이나 포항시를 대표할 수 있는 철을 주제로 한 주제박물관 건립"을 제안하며 "문화 관련 예산 및 전문인력 부족에 따른 열악한 운영상태는 지역문화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 지속적인 문화시설 확충 및 규모화·기능강화 등 전략적 대응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 전문인원충원 시급

포항지역 문화예술계 조직정비와 더불어 업무를 담당할 전문인원충원도 시급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간한 '2014 전국 문화기반시설 총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포항지역 문화기반 시설은 총 18개소다. 공공도서관 8개소, 등록박물관 4개소, 등록미술관 1개소, 문예회관 2개소, 지방문화원1개소, 문화의 집 1개소가 자리하고 있다.

경주 14개소, 안동 16개소, 구미 11개소로 경북도에서 가장 많다.

전문인력은 포항 25명, 경주 45명, 구미30명이다. 포항시 인구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경주·안동·구미시에서 종사하고 있는 전문 인력수와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경주예술의전당 10명, 구미시문화예술회관 12명의 전문인력이 있지만, 포항문화예술회관은 5명, 포항 중앙아트홀은 전무하다. 또한 국립등대박물관 직원 13명 중 학예직원은 2명에 그치고, 영일민속박물관의 전문인력은 없다. 영일민속박물관과 비슷한 규모의 안동시립민속박물관과 비교해보면 소장자료의 개수는 약 4천점으로 비슷하지만, 시설면적은 1/6배, 인력현황은 1/15(학예인력 2명 포함), 연 관람방문인원은 1/10배 정도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미등록박물관은 더욱 열악하다.

덕동 민속전시관은 전시관은 관리 인력(해설사, 학예사)이 부족해 매주 토, 일요일(오전10~오후 4시)에만 문을 여는 실정이다. 그나마 2012년 9월 덕동문화마을 입구에 포항시가 40억원을 투입해 '전통문화 체험관'을 건립하고, 서예·다도·공예 체험 예절교육 등 학습체험형 관광지로 운영 중에 있다.

포항시청 문화예술과의 주요업무분장은 문화정책, 예술, 문화재, 종무, 예술단운영담당 등으로 나춰져 있으며 인원은 총 21명이다.

'포항문화비전 2022'에서는 "포항시는 문화행정 조직정비와 더불어 업무를 담당할 인력재배치가 시급한 것"으로 사료된다고 밝혔다.

◇ 지역특화 문화인프라 개발해야

지역 특성을 고려한 문화콘텐트 개발로 수도권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한편, 시민들의 일상적 문화체험교육 프로그램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포항시의 축제는 포항국제불빛축제와 호미곶해맞이축전을 비롯해 28개가 넘는다.

무분별한 일회성 행사보다는 포항의 역사와 문화를 표출하는 축제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 포항을 찾을만한 특별한 아이템으로 틈새공략도 해볼만하다.

포항국제불빛축제의 경우, 서울과 부산에서 볼 수 있는 단순한 불꽃연출 외에 지역 특성에 맞는 다양한 문화콘텐트 개발이 절실하다. 해변에 위치한 지역특성을 활용해 바다와 재즈의 낭만적인 만남을 꾀하는 '칠포재즈페스티벌'이나, 포항의 철과 문화를 접목시킨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 아트웨이 등은 좋은 예다.

이 외에도 '연오랑세오녀'와 같은 향토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고취시키고, 문화자원을 관광·문화예술 콘텐츠 자원으로 활용·개발함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연령별 지리적 인문적 환경을 고려해 지역민들의 생활과 밀착한 문화교육 프로그램 개발도 필요하다.

포항시는 타 지역의 연령별 인구분포와 비교하면 10~30대 사이의 남자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은 특징이 있으며, 40~60대 인구비율이 가장 높은 '장년도시'다.

천편일률적인 문화행사에서 벗어나, 문화향유계층의 특징을 고려한 전략적 문화정책 개발을 꾀해야 한다.

지역 문화계 전문가들은 "수도권에서 느낄 수 없는 특별한 정신문화와 포항만의 특성을 고려한 문화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포항-서울간 KTX 운행과 더불어 지역 문화가 잠식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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