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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대담 (3) -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

"지역 혁신역량이 지역 경쟁력…대구는 다양성 살려야"

김정모 서울취재본부장 등록일 2015년01월14일 21시13분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 김병준 교수 프로필 △2008.10~2010.2 경제신문 이-투데이 회장 △2006.10~2008.2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 △2006.8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2004.6~2006.5 대통령(청와대) 정책실장, 대통령 정책특별보좌관 △2003.4~2004.6 대통령자문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위원장 △1954년 경북 고령군 태생 △영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졸업 △미국 델라웨어대학 정치학박사 △'김병준교수의 지방자치 살리기' 한울, 2002. △'높이나는 연: 성공하는 국민, 성공하는 국가' 한울, 2007. △Building Good Governance, co-ed, (with Marc Holzer), SDI, 2002. △'지방자치론' 법문사, 2009(초판). '99%를 위한 대통령은 없다' 개마고원, 2012. 공저 다수.

'비선 국정개입 의혹', '민정수석 항명파동'으로 청와대를 향한 국민들의 의구심이 높아지면서 대통령의 지지율하락으로 나타났다. 박근혜정권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 수립이후 가장 강한 조직이었던 노무현 대통령시절 청와대 정책실장과 교육부총리를 역임하고 대학 강단으로 돌아온 김병준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를 지난주말 이사장으로 있는 서울 여의대방로 (사)공공경영연구원에서 만났다.

김정모 서울취재본부장과 김병준 교수(오른쪽)가 대담을 나누고 있다.

- 87년 민주화체제(6공화국헌법) 이후 여섯 명의 대통령하에서 27년간 운영된 청와대 시스템이 왜 이리 허술합니까?

"지금 정부가 특히 그렇지요. 노무현 정부 때는 시스템이 상당히 강했지요. 예를 들어서 비서실과 정책실을 완전히 분리시켜서 국정은 완전히 정책라인에서 장악하도록 하고 비서실은 비서부분을 관장하도록 했는데 비서실과 정책실이 서로 견제하고 균형을 이루면서 잘 했지요. 지금 청와대는 우선 대통령이 약해요. 정보력, 국정에 대한 국정파악 능력이 노무현 대통령이나 박정희 대통령에 비하면 턱도 없이 떨어지지요. 시스템은 아예 셋업(설치) 자체가 안 됐어요. 예를 들어서 정책라인이 다 무너져 있는 거에요. 그 내부에서의 견제와 균형도 잘 안 이루어지고. 비서실장이나 수석들을 제대로 역할 할 수 있도록 대통령이 일을 직접 챙기면 안돼요. 대통령이 일일이 챙기면 누가 힘이 생기는가 하면 옆에 있는 심부름꾼이 힘이 생기는 거에요."

- 대통령제의 단점이 노정된 것이 아니고 운영의 문제라고 보는겁니까?

"그렇지요. 지금 현재 대통령제의 단점하고는 관계없는 지금 현재의 일종의 국정운영 시스템과 국정운영 영역에 관한 문제지요. 국회에서는 툭 하면 대통령제에 문제가 있다고 하는데 엉터리에요. 제도를 제대로 운영 안 해서 그렇지. 대통령 권한이 너무 강하니까 분권형 국정운영을 하자하고, 다른 한쪽은 대통령 권한이 너무 약해 가지고 4년 중임을 하자는 거거든. 대통령 권한 그 자체가 어떤지에 대한 인식조차도 없어요."

- 박근혜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 조언 한마디 하신다면.

"자꾸 아버지(박정희전대통령) 생각하면 안돼요. 아버지하고 본인이 다르다는 걸 알아야 돼요. 박정희 대통령 시대처럼 단순한 사회가 아니에요. 권력의 매카니즘도 완전히 달라졌고 세상도 그 때에 비하면 몇 수십배가 빨라졌고 변화의 속도도 빠르고. 두 번째는 아버지하고 본인은 달라요. 아버지는 나중에는 국정운영에 관해서는 국정을 손바닥 안에 다 넣고 보고 있었거든요. 그런 분하고 지금 세상변화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잘 알지도 못하는 분하고 국정운영의 방법이 다 달라야 돼요."

- 국가 개조, 국가혁신에 대해 각종 대안이 난무하다. 국가혁신에 대해서.

"국가개조, 규제개혁, 창조경제, 행복시대 안 나오는 게 없어요. 구호는 다 있어요. 실제가 없어요. 국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시장이 어떤 역할을 해야 되는지, 큰 이야기부터 나와 야 된다. 그리고 그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재정구조는 어떻게 바뀌어야 되고 역할은 어떻게 재정립 돼야 되고 그 다음에 그 밑에 뭐가 나와야 되는데, 국가개조 라고 해 놓고 지금 기껏 나오는 게 관피아 철폐 연금개혁 …. 이 정도로 국가개혁이라고 안 그러고 그냥 몇개 현안 정리하는 겁니다. 국가개조라는 말은 너무 지금 큰 화두를 던져놓고 지금 수습을 못하는 그런 거지요."

- 그런 알맹이 없는 구호정치는 여권세력 뿐만 아니라 야당도 비슷하지 않습니까?

" 야당은 비슷한 게 아니라 더하지. 야당은 도대체 어떤 때는 자기들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조차도 모르는 것 같아요."

- 현재 제1야당이 상당히 허우적대고 있는데 수권정당으로 진전을 하고 하는게 불가능하겠습니까?

"안되지요. 뭐가 되겠습니까? 안됩니다. 그전에 대의정치 자체에 문제가 있어요. 국회라는 것은 심사숙고하고 토론하고 대화하고 싸움하는 장소에요. 그러면 정책결정을 할 때도 굉장히 오랜 시간 동안 논의하고 대화하고 해야 할 거 아닙니까? 우리 국회가 심사숙고 해서 제대로 처리한다면 1년에 몇 건 처리할까요? 50건 100건이나 처리할까요? 1년에 상정되는 법안의 수가 몇천건 입니다. 국회와 정부의 권한을 나눠야 됩니다. 두 가지입니다. 횡으로 줄이는 방법은 유럽처럼 이해당사자들끼리 합의 보면 끝나는 문제는 그 사람들끼리 하게 해줘야 돼요. 국회가 관여하지 말고 국회는 그 사람들이 합의 보면 그냥 통과시켜주면 되는 거에요. 예를 들어서 노사문제는 노와 사가 합의 보면 끝나는 문제에요. 그러면 노사정위원회가 제대로 돌아가고 결국 노사 문제는 그 안에서 용해가 돼 버리지요. 인권문제나 환경문제 같은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종적인 분산은 당연히 분권을 통해 가지고 지방의회가 제역할 하도록 해주고, 국회는 그야말로 국정에 대해서 큰 문제들로만 논의를 하기 때문에 국가의 중대사만 처리해도 되는 거에요."

-종으로 분산시켜 주려면 지방자치가 제대로 돼야 되는데 지금 현재 국민들 보기에 지방자치 무용론까지 나오는데…. (김교수는 경제정의실천연합 지방자치특별위원회 위원장도 지냈다.)

"지방의원 자질도 그렇고, 지방자치단체장들도 국회의원들이 유능한 사람을 공천하지 않습니다. 자치제도를 완전히 바꿔서 제대로 된 사람이 지방의회와 지방자치단체에 진출하고 나서 분권을 통해서 국회의 권한을 대폭적으로 입법권한을 줄여주지 않으면 대한민국이 안 됩니다. 앞으로 지방분권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대통령제 내각제보다는 몇배가 중요한 문제에요."

-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스스로 '노무현 정치는 실패했다' 했다는데 어떤 뜻입니까?

"노무현의 입장에서 성취를 하는 목적은 국회의원 하는 것도 아니고 대통령을 하는 것도 아니었거든요. 정말 세상 좀 바꿔보려고 대통령 하는 거거든요. 그래서 자문자답을 하는 겁니다. 세상 좀 바뀌었냐? 못 바꿨습니다. 노무현 정치의 실패는 한국정치의 실패입니다. 어떠한 개혁주의자들도 대한민국에서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겁니다. 정치로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얘기에요. 그러니까 저 같은 사람은 정치 안 하지 않습니까?"

- 화제를 좀 바꾸겠습니다. 한국 교육의 경쟁력이 서울대 평가에 따르면 OECD 회원국 중에 30위랍니다. 교육부총리 시절 교육경쟁력 향상을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셨습니까?

"어떤 노력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교육문제를 풀려면 교육 외적으로 접근을 해야 됩니다. 교육가지고 교육문제를 절대 못 풉니다. 실력중심의 사회로 가면 이런 문제가 안 생기거든요. 우선 고등학생들의 거의 대부분이 대학가고 있는 이 구조가 비정상적으로 인식을 해야 된다고요. 빵 만드는 거 배우려면 빵집에 가서 빵 만드는 장인 밑에서 배워야 되잖아요. 근데 지금 어디로 가는가 하면 무슨 대학에 가서 제과학과 제빵학과로 가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기술을 익힌 사람이 우리 사회의 중심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그러한 사회를 열어야 하는 거거든요. 이런 구조로 바꾸려고 하니까 기존의 대학이 다 반발을 하는 거에요. 그래서 못한 거지요. 지금도 마찬가지에요."

-일반대학보다 개방대학이 많아야 겠군요.

"개방대학은 우리 사회가 정말 필요한 대학이에요. 우리 산업구조조정의 문제와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강화하고 개인의 역량을 강화하는데 굉장히 중요한 대학이거든. 그래서 그런 대학은 등록금도 굉장히 싸게 하고 취업전선으로 바로 들어갈 수 있도록 되고. 그런데 이 대학 만들어 놓으니까 어느 날 산업대학으로 바꾸고, 그러더니 어느 날 정규대학으로 바꾸고. 교육부는 이런 걸 다 인가해주고. 개방대학을 국가가 의지를 가지고 만들어 놓은 대학들을 모조리 일반대학으로 다 만들어버리는 문제가 심각하지요."

- 대구·경북 지역이 상대적으로 낙후 돼 있는데 길이 없겠습니까?

"앞으로가 더 문제입니다. 국토가 해안을 중심으로 한 U형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내륙지역은 여러 가지 점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요. 앞으로 모든 지역사회가 다 혁신역량이 곧 그 지역사회의 경쟁력이 됩니다. 변화되는 산업사회와 경제구조에 부응할 수 있는 혁신이 지속적으로 일어나 줘야 되는데 그 혁신이 일어나주려면 당연히 그 사회는 다양성이 지배해야 됩니다. 이런 생각, 저런 생각, 이런 사람 저런 사람들이 다양성이 그 안에 몰려 들어가 있어야 되거든요. 근데 우리나라에서 다양성이 가장 떨어지는 도시가 대구 광주지역이에요. 정치적인 색깔도 이런 색깔 저런 색깔 있어야 되고."

-지역의 산업정책부문은 어떻습니까.

"자동차는 아직까지도 건재합니다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몰라요. 자동차만 하더라도요 머지않아 짧으면 5년 길어도 10년 20년이에요. 이미 수소차나 전기차로 다 갑니다. 동력장치가 없어졌을 때 부품이 얼마나 없어지겠습니까? 자동차라는 것이 껍데기 하고 안에 일부 시스템 반도체와 에너지 전달하는 시스템만 있을 거라고요. 그렇게 됐을 때 대구 근방에 있는 협력업체들이 살아남겠습니까? 정유도 마찬가지에요. 석유 화학제품도 이미 갔어요. 울산, 포항의 그 동력이 그 주변의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그런 구조 속에서 바로 10년 20년 뒤에는 지금 이 상태에서 우리가 죽게 돼 있다는 걸 알아야 돼요. 대구시 구호처럼 '컬러풀' 해야 됩니다. 컬러풀하지 않으면 죽어요."

-지역에서는 정권에 기대하는 의타적인 면이 있습니다.

"대통령이나 국가가 무엇을 해줄 것이다 라는 기대를 다 접어버려요. 국가는 혁신역량이 있는 쪽으로 따라갈 수밖에 없고 목소리가 큰 쪽을 따라 갈 수밖에 없는데, 앞으로 수도권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는 거에요. 그러니까 대구사람들은 목소리를 키우려면 오히려 광주 호남하고 붙어야 돼요. 말하자면 반수도권 비수도권 연합을 형성해서 수도권쪽으로 쏠림을 막아줘야 돼요."

- 아직도 세계는 국가가 중심단위이고, 국가를 바꿔나가는 정치의 역량을 통해서만이 더 좋은 사회가 되는 게 아닌가….

"국민이 똑똑해지고 국민이 스스로 혁신을 계속해 나가면 정치는 안 바뀔 수 없어요. 대통령도 결국은 나를 구해주지 못하겠구나. 이렇게 생각하는 순간 한국정치가 바뀌기 시작합니다. 구청 복지예산을 구청공무원들하고 의회 지방의원들이 결정했잖아요. 우리(공공경영연구원)는 아이 키우는 엄마들을 한 300명씩 모아 가지고 아이들한테 쓰는 영유아 보육예산 1천억을 어디다 썼으면 좋겠냐를 놓고 3시간 동안 토론을 합니다. 결론이 나와요. 의회 의원이고 공무원이고 꼼짝없이 이쪽 결론 다 따라옵니다. 지금 우리 사무실에서 하는 것들이 다 그거거든요." 이 대목에서 대의민주주의 보완재로서 직접민주주의를 생각하느냐고 묻자 '숙의민주주의'라고 표현한다고 했다.(김교수는 '숙의민주주의의 가능성과 논의의 과제'라는 논문을『사회과학연구』2013년호에 썼다).

"정책의 질은 정치가 결정한다", "본질적으로 정치가 가장 중요하다"면서도 "정치가 세상을 못바꾼다"는 그는 또 다른 방식의 정치를 하고 있는 셈이다. 학자에서 정책가, 정치인을 거쳐 다시 학자로 돌아온 그는 사회운동에서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있었다. 정치판을 떠난 후 역설적으로 판이 더 잘 보여서인지 선명하고 날 선 주장이 자신감이 있어보였다.

◇김병준 교수의 프로필.

△2008.10~2010.2 경제신문 이-투데이 회장 △2006.10~2008.2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 △2006.8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2004.6~2006.5 대통령(청와대) 정책실장, 대통령 정책특별보좌관 △2003.4~2004.6 대통령자문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위원장.

△1954년 경북 고령군 태생 △영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졸업 △미국 델라웨어대학 정치학박사.

△『김병준교수의 지방자치 살리기』, 한울, 2002. 『높이나는 연: 성공하는 국민, 성공하는 국가』, 한울, 2007. Building Good Governance, co-ed, (with Marc Holzer), SDI, 2002. 『지방자치론』, 법문사, 2009(초판). 『99%를 위한 대통령은 없다』, 개마고원, 2012. 공저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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