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지역 문화자원 활용 겨울철 관광상품 개발 통해 관광객 2천만시대 앞당겨야

황기환 동해안권 취재본부장

지난 한 해 동안 130여만 명이 찾은 국립경주박물관 주차장엔 관람객들을 상대로 간단한 음료와 기념품 등을 파는 상인들이 있다. 이들은 지난 가을까지만 해도 수학여행 온 학생들과 단체 관람객들이 밀려들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다. 하지만 찬바람이 불면서 관람객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어 하루하루 힘든 삶을 이어가고 있다.

겨울로 접어들자 관광객 발길이 크게 줄어든 곳은 비단 국립경주박물관만이 아니다.

우리나라 최고 관광지인 보문관광단지, 첨성대를 비롯한 수많은 유적지가 밀집한 동부사적지, 대릉원, 불국사 등지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관광 성수기엔 발 디딜 틈도 없이 인산인해를 이루면서 하루 종일 교통체증으로 큰 혼잡을 빚었지만 최근엔 날씨만큼이나 썰렁하다.

국립경주박물관은 지난해 10월 한 달 동안 17만여 명이 관람했으나, 지난달에는 입장객이 불과 5만 명에 그쳤다.

경주 주요 관광지인 동궁과 월지도 지난해 하루 최고 입장객이 2만3천여 명을 기록했으나 올겨울 들어 계속 줄어들면서 휴일인 지난 11일에는 불과 3천여 명 만 입장했다. 이처럼 겨울철 천년고도 경주에 관광객이 보이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차가운 날씨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추운 날씨로 인해 관광객들이 경주 방문을 외면하는 것을 당연시 하는 경주시 공무원 탓은 아닐까?

국제적인 관광도시, 우리나라 최고 관광도시를 부르짖으면서 추운 날씨가 관광객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이라 생각한다면, 이는 너무나 무책임하다.

혹한의 겨울을 보내고 있는 수많은 지자체들이 다양한 겨울축제를 벌이면서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강원도 화천군은 산천어축제를 마련해 세계 4대 축제로 자리 잡으면서 올해 관광객을 150만 명으로 내다보고 있다.

축제기간 동안 구름인파가 몰려들어 직접경제효과와 생산 및 소득유발효과를 2천500억 원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근 대구에서도 매년 1월 중순께 비슬산 자연휴양림 내에서 얼음조각대회, 얼음동굴관람, 눈설매장 개설 등으로 비슬산얼음축제를 개최해 관광객 15만 명을 모으고 있다.

남쪽 지역인 경남과 전남지역에서도 부곡하와이 얼음나라 얼음조각축제, 금원산 얼음축제, 거제도 국제펭귄수영대회, 여수밤바다 빛노리야, 보성 차밭 빛 축제 등 다양한 겨울축제를 열고 있다.

하지만 경주는 관광객들의 관심을 끌 만한 겨울축제를 찾아 볼 수가 없다.

겨울 관광객 유치를 위한 경주시의 관광상품 개발 흔적도 전혀 눈에 띄지 않는다. 볼 만한 겨울축제가 없다보니 한겨울 유적지를 구경하기 위해 경주를 찾는 관광객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

공무원들은 관광도시 경주가 휑하니 비어있어도 관광 비수기라 어쩔 수 없다는 넋두리만 늘어놓고 있다.

이러한 안이한 생각으론 최양식 시장이 신년사에서 밝힌 '글로벌 문화융성 도시, 새롭게 도약하는 행복 도시'조성을 통한 관광객 2천만 명 시대를 앞당기기는 요원해 보인다.

국가지정문화재만 220개를 보유한 경주지역의 다양한 문화자원을 활용한 겨울철 관광상품 개발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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