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기획- 담뱃값 2천원 인상 그 이후

포항시북구보건소는 지난 15일 금연클리닉을 찾은 이용자들에게 상담을 하고 있다.

'정부의 금연정책 강화로 우리의 삶은 어떻게 달라지고 있을까?'

지난해 9월 정부의 담뱃값 인상 정책 발표 등 강화된 금연정책에 따라 지난 1일부터 본격적으로 담뱃값이 2천원씩 오른 데다 금연구역 확대로 흡연자들의 설 곳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이로 인해 지역보건소 금연클리닉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지만 다른 한 편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담뱃값 인상 등 바뀐 금연정책으로 우리 생활 곳곳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포항 한 편의점에 인상된 가격의 담배들이 빼곡히 진열 돼 있다.

△너도나도 지역보건소 금연클리닉으로 고(go)고(go)

직장인 정민우(34)씨는 지난 5일 10여년 동안 피워온 담배를 끊기 위해 가까운 지역보건소를 찾았다.

정씨는 "월급은 제자리 걸음인데 담뱃값이 2천원씩이나 올라 부담이 너무 크다"며 "담뱃값 인상을 계기로 이참에 끊어보려고 보건소를 방문했다"고 귀띔했다.

새해를 맞아 정부의 담뱃값 인상 정책 등으로 지역보건소 금연클리닉이 등록자들로 북적이고 있다.

포항시외버스터미널 흡연구역에서 담배를 피는 흡연자들도 줄어 들었다.

포항시 남·북구보건소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15일까지 금연클리닉 등록자는 1천14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37명보다 906명(382.2%) 급증했다.

특히 지난해 9월 담뱃값 인상 발표 후 4분기 금연클리닉 이용자는 3천148명으로 전년 같은기간 1천893명에 비해 1천255명(66.2%) 늘었다.

매년 연초 마다 몰리는 금연자들 뿐 아니라 올해부터 담뱃값이 2천원 인상됐다는 소식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역에 금연전문클리닉이 드문 데다 보건소에서 금연보조제나 상담 등을 무료로 제공 받을 수 있는 것도 원인으로 풀이된다.

6~8주 동안 매주 1차례 보건소를 방문해 상담을 받고 최대 6개월까지 연락이 닿는 이용자를 위해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 이용자들의 호응도 역시 한 몫하고 있다.

지역보건소는 이에 수요를 맞추기 위해 지난해보다 금연보조제 확보 등에 필요한 예산 편성을 넓힌 것은 물론 금연상담전문가를 늘리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남구보건소는 공단 기업체를, 북구보건소의 경우 지소를 중심으로 이동클리닉을 시작하며 19일부터 바쁜 직장인을 위해 화·목요일 주 2회 마다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연장 운영한다.

북구보건소 관계자는 "몰려드는 수요자를 위해 지난해 금연상담전문가 2명에서 올초에 1명 늘렸고 19일부터 2명 더 일하게 됐다"면서 "'금연클리닉은 보건소에서 한다'는 인식이 높아 이용자도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금연클리닉 수요자가 늘면서 지역 종합병원에도 금연전문클리닉이 설치되고 있다.

포항성모병원은 지난 15일부터 운영을 시작, 보건소에서 할 수 없는 금단현상 등을 전문적으로 치료를 위해 문을 열었다.

지난해 남구보건소의 위탁 운영으로 경험을 쌓았던 성모병원은 당시 방문객이 많은 데다 올해 담뱃값 인상으로 수요자가 늘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성모병원 관계자는 "전문의를 통해 금단현상 등의 체계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점차 수요자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흡연자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옛날 곰방대나 봉초 담배로 눈 돌릴 듯

외국담배와 국산담배 등 담뱃값이 지난 15일부터 모두 가격이 올랐다.

그러나 아직도 담뱃값 인상에 따른 불만의 목소리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사재기 담배가 유통될 가능성이 높지만, 국산담배는 가격 상향 전후 담배를 구별할 방법이 없다는 문제도 여전하다.

우선 담배 소비자들의 불만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 불만은 담배 불매로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건강을 위해 담배를 끊는다는 생각보다는 가격이 올라 담배를 사지 않는다는 흡연자들이 나타났다.

이들은 2천원 가격 인상이라는 정부의 정책에 대한 불만을 담배 불매로 풀고 있는 셈이다.

이로 인한 담배 수요는 갈수록 줄고 있다.

포항의 경우만 해도 지난해 1월 대비 담배 판매량은 70% 줄었다.

KT&G에 따르면 지난해 1월 포항에서 총 200여만갑의 담배가 팔렸다.

하루 6만4천여갑이 소비된 것으로, 평년 판매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올들어 지난 1일부터 16일까지 포항에서 판매된 담배는 30여만갑이 판매됐다.

담배값 인상에 대한 불만은 흡연자에 그치지 않고 있다. KT&G 직원들도 이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자신들이 담뱃값을 올린 것이 아니지만, 모든 비난의 화살이 자신들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외국담배 가격이 오르기 전까지 하루 수십통의 항의 전화로 업무마비가 초래되기도 했다. 사재기 담배 유통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

정부는 담뱃값 인상 전 매점매석 고시를 내리고 담배 판매점 월 평균 판매량을 산출해 담배를 배분하는 등 반출량을 제한했으나, 이 방법에도 헛점은 많았다.

그 중 하나가 편의점이 아닌 일반 음식점과 슈퍼 등 담배 판매점이었다.

담배값 인상이 되기 전 텅텅 비었던 판매대가 가격 상향과 동시에 가득찬 모습을 보는 소비자들의 눈은 사재기 의혹을 가지기에 충분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담배 가격표시제 등이 필요하다는 대안이 제기 됐으나, 모두 무시됐다.

결국 현재 판매되는 국산담배는 가격 상향 전과 디자인 등을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또한 판매되는 물량도 지난해 10월과 11월 생산분이어서, 제조날짜로도 구별이 불가능하다.

이런 분위기 속에 앞으로 봉초담배와 곰방대 등이 다시 우리 사회에 유행이 될 날도 머지 않았다는 예측도 나온다.

비싼 가격에 담배 구매를 거부하는 흡연자들의 눈이 보다 저렴한 곳으로 향할 수 있다는 것이다.

SNS를 통해 봉초담배를 만드는 동영상들이 떠돌고 있는 것만 봐도 만들어진 담배 구매보다는 직접 만들어피는 값싼 담배가 빠르게 정착될 가능성이 높다.

KT&G 관계자는 "담배 판매량이 예년보다 많이 줄었으나 앞으로 최고 평년의 80% 정도까지는 판매량을 되찾을 것이라는 긍정적 견해도 나타나고 있다"며 "가짜담배 단속과 봉초담배, 전자담배 유통 관리감독 등 정부의 역할이 크다"고 말했다.

△금연구역 확대로 소규모 식당과 PC방 등이 매출에 직격탄 맞게 돼 상인들은 울상

정부는 지난해까지 100㎡ 이상의 식당과 호프집, 커피숍 등의 공중이용시설만 전면금연구역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올해부터 규모를 대폭 넓혀 모든 음식점과 PC방 전 구역이 전면 금연구역으로 확대 지정, 밀폐되거나 차단된 흡연석 제도 역시 폐지했다.

이로 인해 식당과 PC방 등을 운영하는 주인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담배를 안에서 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소규모 매장을 찾던 손님마저 줄면서 매상에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오후 8시께 고깃집을 운영하는 이윤범(57)씨는 "우리 가게처럼 작은 고기집은 담배를 못 피게 하면 타격이 크다"며 "사람들이 담배 피며 술 마시려고 오는데 추운 날 밖에 나가서 피라고 하면 누가 좋아하겠냐"며 불만을 털어놨다.

사정은 PC방도 마찬가지였다.

같은날 밤 9시30분께 컴퓨터가 30대도 되지 않는 소규모 PC방을 운영하는 윤성훈(41)씨는 담배를 필 수 있느냐는 질문에 미간을 찌푸리며 미안하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윤씨는 "담배를 필 수 없다는 것이 이렇게까지 힘든 상황으로 다가올지 몰랐다"며 "단골이 떨어져 나갈 때마다 그냥 단속 당하더라도 담배 피는걸 묵인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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