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신고 출동 잦다보면 현장대응능력 떨어지게 돼

김정화 경산소방서 대응구조구급과

'어느 소방관의 기도'- 제가 부름을 받았을 때에는 신이시여 아무리 강렬한 화염 속에서도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힘을 저에게 주소서... 소방에 몸담고 있는 소방관이라면 한 번씩 생각하는 문구이자, 소방관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게 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점점 우리 소방관들을 지치게 하고 회의감마저 들게 하는 일이 있다. 바로 119허위장난전화이다.

소방방재청에서 제출한 2014년 국정감사자료에 따르면 '2009년 이후 119장난전화(허위신고) 및 과태료 부과 현황' 분석한 결과 119장난전화 10만 건 중 과태료 처벌은 26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선 소방서에서는 현장출동업무 외 소방안전교육, 119신고, 초기소화요령 등 지속적으로 홍보예방활동을 벌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허위장난전화는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1통의 장난전화가 끼치는 손실은 실로 막대하다. 불필요한 출동으로 인한 경제적 비용도 비용이지만 정작 도움이 필요한 곳에 가지 못해 일어나는 재산, 인명피해를 막지 못한데서 오는 피해를 따지면 그 규모는 상상 이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1통이 아닌 10만 건이면 심각한 수준임을 직감할 수 있다.

또, 하나 꼭 짚고자 하는 게 있다. 지쳐가는 현장출동 소방관이다. 구조, 구급, 화재 등 각종 119신고를 상황실에서 접수하면 각 관할 119안전센터에 전파돼 관할 119안전센터에서 출동을 하게 된다. 간략한 상황내용이 든 지령서 한 장을 가지고 소방관은 현장상황을 예상하고 장비를 갖추는 등 극도의 긴장된 상태로 말이다.

그래서 도착한 현장에서 장난전화임을 알게 되었을 때 그래도 다행이라 생각이 들지만 그 허탈감 또한 크다. 그렇게 몇 번, 수 십 번 겪다보면 어떨까? 출동에 무감각지고 상황판단이 흐려져 현장대응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이 또한 허위, 거짓신고의 병폐인 셈이다.

시도민 여러분들의 올바른 119신고와 시민의식이 경제적 비용 뿐 아니라 소방관들을 강인하게 만들고 시민들의 재산과 생명을 지키는 파수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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