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문의 첫 질문 "CCTV 있어요"…사기저하 교사들 이직 속출

지난 23일 포항의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이 아이들과 함께 놀이 등을 함께 하고 있다.

인천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최근 네 살배기 원아를 상대로 헤비급 주먹을 휘둘러 전국을 충격에 빠뜨렸다.

이로 인해 일부의 잘못이 전체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의 행패로 비쳐지면서 보육교사들의 사기 저하로 이어지는 등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폐쇄회로(CC) TV가 대안으로 떠오른 데다 정부 등에서 의무 설치 추진으로 CCTV 업체가 때아닌 특수를 누리는 등 큰 변화가 일고 있다.

△어린이집 보육교사들 사기 저하 등으로 이직 속출

포항 한 가정어린이집 보육교사 A씨는 최근 발생한 인천 어린이집 보육교사 폭행 사건이 있은 뒤 주변의 따가운 눈총과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밤잠을 설치고 있다.

A씨는 "얼마 전까지 정말 사명감 하나로 일해왔는데 한순간에 죄인 취급 받으며 물거품이 됐다"면서 "가족마저도 '욕먹으면서 이 일을 왜 하느냐'며 다그쳐 일을 계속해야 할지 고민스럽다"고 토로했다.

인천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원아에게 폭행을 휘두른 사건이 발생한 뒤 보육교사들이 다른 직업으로 이직하려는 움직임이 속출하고 있다.

보통 오전 7시 30분부터 12시간 가량 이어지는 강도 높은 노동에다 학력과 경력에 상관없이 대부분 최저임금에 웃도는 수준의 임금을 받아왔지만 사명감 하나로 버텨왔다.

그러나 일부 보육교사의 잘못된 행동이 드러나면서 보육교사 전체에 비난 여론이 쏟아지자 회의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3명의 보육교사가 있는 포항의 B 가정어린이집은 사건 발생 이후 4~5년 경력의 보육교사 2명이 사직 의사를 밝혀 원아 졸업식이 있을 다음달 말까지 새로운 보육교사를 찾아야 하는 실정이다.

C 민간어린이집도 4명의 보육교사 중 2명이나 그만두겠다는 뜻을 밝혀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한 가정어린이집 원장은 "우리 모두 예비 범죄자로 낙인 찍혔는데 일 할 맛이 나겠느냐?"면서 "3D 직업이지만 자부심을 하나로 일하던 보육교사들이 주변의 따가운 시선 등으로 다른 직장을 찾아 떠나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래도 믿어 봐야지, 아직은 원아 이탈 적어

지난해 10월부터 세 살배기 여아를 가정어린이집에 보낸 직장인 배모(31·여)씨는 최근 일어난 어린이집 보육교사 폭행 사건으로 마음은 불편하지만 당장 누구에게 맡길 사람이 없고 주변 엄마들 역시 옮기지 않아 그냥 보내기로 결정했다.

배씨는 "지금은 아이를 돌봐줄 수 있는 여건이 안된다"며 "주변 엄마들 역시 내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은 안전할 것이라고 그냥 믿고 보내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인천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원아 폭행 사건으로 원아 이탈에 대한 우려가 높았다.

하지만 어린이집을 떠나는 원아는 아직까지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지난해 11월 교육부와 전국 시·도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놓고 갈등이 빚어지면서 원아들이 상당수 유출된 데다 아직은 믿고 맡겨보자는 부모의 인식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당장 다른 어린이집 등을 찾기 어려운 것은 물론 오는 2월 말 대부분 어린이집이 졸업식을 열 예정이라 이후에 거취를 정하기 위해서다.

한 민간어린이집 원장은 "다행히 우리 뿐 아니라 다른 어린이집도 빠져나가는 원아들이 적은 것 같다"면서도 "다음달 말 졸업식이 끝난 뒤에 옮길 것으로 보여 조금 더 지켜봐야 알 것"이라고 전했다.

△폐쇄회로(CC) TV가 어린이집 등 아동학대 방지 대안으로 떠오르자 업체들 때아닌 특수 맞아

A 민간어린이집 B 원장은 인천 어린이집 원아 폭행 사건 이후 상담 전화를 받을 때 마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원아에 대한 지도 방법이나 환경보다 부모들의 가장 큰 관심사가 CCTV 설치 여부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B 원장은 "상담 때 가장 처음 묻는 질문이 CCTV 있느냐?"라며 "우리는 아직 설치하지 않아 원아 유치를 위해 설치해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털어놨다.

어린이집을 중심으로 CCTV가 아동학대 방지 대안으로 떠오르는 등 관심이 높아지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설치하려는 곳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CCTV 업체들은 설치 문의가 쇄도하는 등 때아닌 특수를 맞고 있다.

포항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현재 어린이집은 관내 국공립 16곳을 비롯해 민간 190곳 등 총 567곳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지난 23일 현재 CCTV가 설치된 어린이집은 모두 203곳(35.8%)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다음달까지 원아 모집 기간에 들어간 어린이집은 최근 발생한 원아 폭행 사건으로 부모들이 CCTV 설치 유무에 관심을 갖는 것은 물론 어린이집의 가장 중요한 선택 사항으로 자리잡게 되자 설치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이에 지역 A CCTV 업체는 인천 어린이집 원아 폭행 사건 발생 이전에 비해 설치 의뢰 건수가 하루 평균 3건 가량 더 늘었다.

B 업체 역시 같은 기간 평소보다 하루 평균 1~2건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경북도가 내년까지 CCTV가 없는 어린이집 1천500여곳에 도비 30%, 시·군비 70%로 비용 일부를 부담하기로 결정, 13억원을 투입한다.

또한 경기도의 경우 다음달 말부터 총 1만3천380곳에 설치비 전액을 지원하는 등 각 지역마다 적극적으로 설치에 나서고 있다.

더욱이 정부와 여당이 CCTV 의무 설치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야당마저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치며 오는 2월 임시국회에서 설치 의무화에 대한 법안을 처리하기로 뜻을 모아 빠르면 3월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사정이 이렇자 일부 업체는 벌써부터 무작위로 어린이집을 상대로 전화 영업에 뛰어드는 등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로 인해 CCTV가 설치된 어린이집에 전화를 걸어 '특별히 세일가로 제공한다'는 등의 영업을 펼치는 웃지 못할 상황마저 연출되고 있다.

한 CCTV 업체 관계자는 "사건 이후 문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면서 "정확한 평균치는 말하기 곤란하지만 평소보다 하루 3~4건은 더 늘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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