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원하는 다발성 근종환자 복강경 수술 후 임신성공 태아 심박동에 기쁨의 눈물

김도균 포항성모병원 산부인과 주임과장

 

최근 기억에 남는 환자는 10년째 임신이 되지 않아 진료한 결과 30개 정도의 다발성 근종 진단을 받은 35세의 여성 환자 A씨.

 

A씨는 결혼을 한지 1년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임신하기에 다소 늦은 나이로 최근 만져지는 종물감으로 내원, 여성 전문병원에서 다발성 근종 진단을 받았다. 10개 이상의 근종은 자궁적출이 유일한 치료라는 부인과 의사의 권고를 전국의 여러 병원에서 듣고 가슴이 무너지는 슬픔을 느꼈다.

 

내원한 A씨는 진료실로 들어오자마자 자궁을 보존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왔다는 말부터 꺼냈다. 초음파 및 MRI검사를 통해 근종의 수가 30개에 이른다는 정보를 가지고 A씨와 얘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 다소 힘이 들었지만 몇 번의 대화 끝에 개복하지 않고, 근종만을 모두 제거하고 최선을 다해 자궁을 보존해보겠다는 약속을 나에게서 받아내는 A씨의 모습에 무모함보다는 사랑하는 아이를 갖겠다는 '엄마'의 모습을 보았다.

 

전국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미혼이거나 임신을 원하는 근종 환자들은 임신을 위해 개복수술 후 최소 6개월이 지나 임신하도록 권한다.

 

본원에서는 개복이나 6개월의 시간 경과에 대한 이유가 수술의 기술적인 면이 좌우한다고 보고 이를 위해 오랜 시간 복강경 수술의 기술적 부분을 보완해왔다. 세계의 복강경 수술 전문가를 만나 수년의 시간을 투자하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개복을 하지 않고, 복강경 수술을 통해 근종만을 제거 한 후에 손으로 봉합한 것 이상으로 정교하게 자궁을 온전히 봉합해 수술 후 3개월 뒤에 바로 임신을 하도록 하고 있는데 최근 150명 이상이 근종수술 후 임신에 성공했다. 환자 입장에서는 큰 수술 흉터도 없고 빠른 시간 내 임신이 가능해 굳이 멀리까지 가서 수술받는 고생을 할 필요도 없다. 오히려 대구, 서울, 부산의 환자들이 수술을 받기 위해 내원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그렇게 성공적인 수술을 마친 후 A씨는 5개월간 없지만 묵묵히 임신을 위해 기다렸다.

 

그리고 A의 손에 들린 임신 테스트기의 선명한 두 줄! 임신이다.

 

하지만 아기집은 보이지만 태아가 보이지 않았다.

 

임신 호르몬 수치가 1만7천을 넘어가는데 보이지 않는다니 유산이구나 싶었다.

 

6천500이면 보여야 정상인 태아심박동이 없는데 더 기다려보자는 A씨의 고집에 밀려 더 기다렸다. 일주일 후 초음파 사진에 태아 심박동이 나타났다.

 

서로 박수치고 기쁜 눈물이 났다. 기적이었다.

 

지금 임신 25주가 되어간다. 커가는 애기를 보며 의사인 나는 탄생 직전까지의 여러 문제들을 걱정하면서 미소 짓고, 엄마인 A씨는 초음파속 아기를 보며 미소 짓는다.

 

아기의 탄생을 기다린다.

 

우리나라에서 극히 이례적인 성공적 수술의 결과인 아기의 탄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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