樂而不淫 (낙이불음) 즐기더라도 정도를 넘지 않았다

윤용섭 한국국학진흥원 부원장

공자는 시경의 가장 처음에 실려 있으며 또한 백미라 할 수 있는 '관저(關雎)'의 시를 평하며 "낙이불음하고 애이불상이라", 곧 '즐거우면서도 음란하지 아니하고 슬퍼하면서도 상할 정도로는 하지 않는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관저라는 시가 지나친 슬픔과 지나친 즐거움을 절제하는 중화의 미美를 갖추었다고 칭찬하는 말이다. 시는 곧 노래라, 관저 시의 뜻과 노래의 음률이 모두 공자를 흡족하게 하였나 보다. 이를 행동철학으로 보면 중용을 이야기한 것이라 하겠다.

중용은 좌우상하에 치우치지 않는 바른 자리로서, 이른바 '알맞다'로 표현할 수 있다. 경제활동에서도 알맞게 일하며 알맞게 주고 알맞게 받는 것이 제일이다. 농사를 지으려면 거름을 알맞게 주고 물도 알맞게 뿌려야 한다. 음식은 재료와 양념을 알맞게 맞추어야 맛있다. 중화란 고요히 있는 마음이 사물에 감동되어 발동할 때에 절도에 맞아야 한다는 말이다. 따라서 지나치게 즐거워하는 것도 지나치게 슬퍼하는 것도 모두 중화의 도리에 어긋난다. 그런데 실제 시를 짓고 이를 음악으로 표현할 때 중화의 경지가 되기란 참으로 어렵다.

시경 관저는 참으로 감정이 순수하고 화평하며 절제되어, 공자의 말씀이 맞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훌륭한 군자가 요조숙녀, 곧 정숙하고 아리따운 아가씨를 그리워하며 잠 못 드는 모습과 금슬을 함께하며 즐기는 모습이 잘 그려져 있다(159쪽의 시를 참고). <팔일편>

子曰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一. 관저는 즐거우면서도 음란하지 아니하고

關雎 樂而不淫 (관저 낙이불음)

二. 슬프면서도 상하지 않았다.

哀而不傷 (애이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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