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종 문경출신 소설가 첫 단편집 '공단동 111번지' 발간, 고교시절 이야기 담은 '깡통 계급장' 등 9편 실려

공단동 111번지황금부엉이 | 이기종 지음

문경출신 이기종(51·사진) 소설가가 데뷔 후 첫 소설집을 펴냈다.

고등학교 시절 이야기를 담은 '깡통 계급장' 등 9편의 단편소설을 담았다.

이 시인은 1964년 문경에서 출생해 마성면 동성초등학교, 마성중학교를 졸업한 후, 1980년 당시 구미에 있는 우리나라 최고의 공업고등학교인 금오공고를 다녔다.

이 학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설립한 특수목적고등학교로 중학교 전 학년 성적이 상위 5%에 들어야 갈 수 있는 명문 고등학교로 학비가 전액 면제됐다.

그리고 이 소설가는 다시 금오공대를 다녔는데, 이 대학도 학비를 면제 받았다. 그 대신 군대에 7~8년 의무 복무를 해야 했다.

소설 '깡통계급장'에는 이런 금오공고의 1980년대 모습이 펼쳐진다.

워낙 소설이 현실감이 있어 자서(自書)같은 느낌이 든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예비 하사관인 금오공고생들만이 겪었던 학창시절의 모습이 낯설지만 아주 생생하고, 재미있게 묘사돼 있다.

이기종 소설가는 금오공대 3학년을 마치고, 군대에 갔다. 7년 여 폐쇄된 사회에서 국가에 대한 의무를 수행했다.

그곳에서 그는 소설가가 됐다.

그는 유년시절부터 청소년시절, 중학교 졸업할 때까지 특별한 가풍(家風) 속에서 특별한 가숙(家塾)을 했는데, 그 밑바탕이 그를 소설가의 길로 들어서게 했다.

안성 이씨라는 흔하지 않은 그의 가계(家系)는 노자와 장자사상이 면면이 이어져 왔다. 그의 할아버지는 돌아가실 무렵 그의 아버지에게 "내가 너한테 해 준 것이 아무 것도 없으니, 내 장례를 신경 쓰지 말고, 그냥 지게에 지고 갖다 묻어라" 할 정도로 무위자연(無爲自然)의 도를 체득한 분이다.

그러니 그의 아버지도 자연, 그 할아버지의 그 아들로 옛 경전에 통달했고, 집에는 그 경전들이 쌓여 있었다.

이기종 소설가는 그래서 아주 어릴 때부터 집에 꽂혀 있는 공자, 맹자, 노자, 장자, 주역을 접했고, 중학교 3학년 겨울방학 때는 아버지로부터 직접 주역을 배우면서 64괘를 외웠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그때 외운 경전의 구절과 주역의 많은 괘를 다 꾀게 됐다.

군 복무 중 그는 그런 바탕에서 소설을 썼는데, 쓴 것마다 입상의 영광을 얻은 천재성을 발휘했다.

그의 처녀작은 1990년에 쓴 '길'이었는데, 이것이 국방일보 공모에 당선됐고, 1991년에는 호국문예지에 응모한 중편 '마고산성'이 당선작 없는 가작이 됐으며, 1993년 1월 1일 마침내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변명'이 당선돼 완벽한 소설가가 됐다.

이기종 소설가는 "중학교 2학년 때 장자를 읽고 독후감을 썼는데, 선생님께서 크게 놀라시던 모습이 선하다"며 "그동안 많은 책을 읽고, 많은 종교를 경험했는데, 앞으로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좀 더 멋진 소설을 쓰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꾸 사람들이 제 소설을 보고는 누구 이야기냐? 그 사람은 누구냐? 그곳이 어디냐? 우리 군대에서 그런 일이 없었지 않느냐?는 등 질문을 해서 웃고 있다"며 "정말로 제 소설은 소설이지 제 이야기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 책은 (주)황금부엉이에서 출판했으며, 정가는 1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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