禮云樂云 (예운악운) 예악이란 형식만을 이르는 것이 아니다

윤용섭 한국국학진흥원 부원장

어진 마음은 늘 나보다 남을 생각하며 하늘과 사람을 탓하지 않고 자신의 내적 충족을 위해 노력한다. 남이 잘되면 보기 좋고 천하인류가 모두 잘 살기를 바란다. '어질 인仁'자는 사람을 사람답게 하며 가정이나 학교나 직장이나 국가나 범인류가 서로 사랑하고 도우며 화목하게 하는 소중한 글자이다. 이 인을 바탕으로 하는 정치를 왕도정치라 한다. 왕도정치를 행함에 쓰이는 문물제도가 바로 예와 악, 곧 예절과 음악이다. 예절에는 그 종류에 따라 여러 가지 형식과 절차가 있고 의복과 모자, 제기와 춤 등 많은 예물과 의식이 따른다. 그리고 음악에는 지휘자와 연주자, 거문고나 피아노, 노래와 춤 등 많은 악기와 악곡이 따른다.

시대의 변천을 따라 예와 악의 규모가 커지면, 자칫 형식화되어 의식을 위한 의식이나 음악을 위한 음악이 되기 쉽다. 우리는 무슨 일이든지 그 근본을 잊지 말아야 한다. 즉, 예와 악은 그 자체에 가치가 있다기보다 그것을 통해서 달성하고자 하는 개인과 국가사회의 도덕적 완성이 더욱 중요하고 이것의 기본이 되는 어진 마음이 가장 소중하다. 그러므로 아무리 예법에 밝더라도 그 사람됨이 어질지 못하다면 그 예법을 어디에 쓸 것이며, 아무리 연주를 잘하더라도 그 인간됨이 어질지 못하다면 그 음악을 어디에 쓸 것인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예와 악의 참뜻은 옥백이나 종고에 있지 않으니, 모든 일에는 항상 그 근본을 깊이 알아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글이다. <양화편>

子曰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一. 예다, 예다 하지만 옥과 폐백을 이르겠는가?

禮云禮云 玉帛云乎哉 (예운예운 옥백운호재)

二. 악이다, 악이다 하지만 종과 북을 이르겠는가?

樂云樂云 鐘鼓云乎哉 (악운악운 종고운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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