己欲立而立人 (기욕입이입인) 내가 서고 싶은 자리에 남이 서게 해 준다

윤용섭 한국국학진흥원 부원장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남도 하고 싶다. 내가 가고 싶어 하는 자리는 남들도 가고 싶어 한다. 공자의 유학은 인의 학문이다.

이것은 인자(仁者)가 되는 배움이요 인을 실천하는 공부다. 인자, 즉 어진 사람은 자기보다 남을 생각하고 전체를 생각한다. 차라리 내가 고생하더라도 남에게 편한 자리를 양보하는 것이 인의 자세다. '삼국지'에 나오는 공융의 어린 시절 일화를 소개한다.

공융은 7형제의 여섯째였다. 어느 날 어머니가 배를 한 바구니 사와 형제들에게 나누어 먹으라 하였는데, 공융부터 고르게 했다. 공융이 제일 작은 배 하나를 가져다 먹었다. 아버지가 왜 큰 것을 고르지 않고 제일 작은 것을 고르느냐고 물으니, 공융이 대답했다.

"저는 나이가 어리니 마땅히 제일 작은 것을 가져야죠, 큰 것은 형들이 먹게 남겨야지요." 다시, "동생이 너보다 어리니, 제일 작은 걸 동생이 가져야지" 하니, 공융은 "저는 형입니다. 큰 것을 남겨서 동생에게 먹여야 합니다" 하더라는 이야기다.

공자의 말씀 가운데서 가장 여운이 남는 가르침은 아마 "자기가 하기 싫은 일을 남에게 미루지 마라!"일 것이다. 그런데 이는 어쨌든 소극적이라 하겠는데, "자기가 서고 싶은 곳에 남을 세워주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남이 먼저 하게 해주라"는 가르침은 적극적인 인의 실천으로서 유학의 황금률이라 할 만하다.

<옹야편>

一. 자기가 서고자 하는 것에 남을 세워주고

己欲 立而立人 (기욕 입이입인)

二. 자기가 이루고자 하는 것을 남이 이루게 해준다.

己欲 達而達人 (기욕 달이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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