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도 프로가 돼야 한다. 문화행정 분야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포항시의 인사 행보를 지켜보자면 아쉬운 마음이 생긴다.

그동안 문화계에서는 행정직 공무원 위주의 인력 구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돼왔다. 최근에는 전문적 식견과 장기적 안목으로 일관된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는 문화예술 담당부서 공무원들이 대규모 자리를 옮기는가 하면, 전문직을 행정직으로 전직시켜 문화와 전혀 관련 없는 부서로 배치하기도 했다.

해마다 조직이 개편되고 공무원들의 얼굴이 바뀔 때마다 곤혹스러운 건 지역 문화예술 전문가들이다. 기자도 당황스러운 건 마찬가지다.

불과 며칠 전까지 대화를 나눴던 직원은 어느 순간 사라지고 '아무 것도 몰라요'라는 듯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이를 마주하게 될 때 난감하다.

예술분야에 문외한인 상태에서 발령을 받아오면 '물먹었다'는 낭패감으로 떠날 궁리를 하는 경우도 있고, 뒤늦게 예술적인 적성을 발견해 재미를 붙인 사람도 1-2년이면 인사이동 돼 전문성에 입각한 지속적인 업무추진이 어려운 실정이다.

지역 문화예술계 인사는 "담당 공무원이 바뀔 때마다 처음부터 하나하나 설명하곤 하는데 조금 알 만하면 딴 데로 가버린다"며 푸념을 늘어놨다.

문제는 담당 공무원의 잦은 교체와 일관성 없는 정책으로 빚어지는 혼선을 누구도 책임지는 이가 없다는 점이다. 심지어 그동안 쌓아왔던 노하우도 한순간에 무너져버린다.

지역문화기획 및 예술단체 관리 등이 주업무인 포항시 문화예술과의 경우, 대부분이 동사무소·중소기업육성과 등 전혀 관련이 없는 부서에서 이동돼왔다.

직전 직원들이 지난해 7월 '지역문화진흥법' 시행과 더불어 준비 중이던 문화재단 설립에 관한 준비 정도와 재단의 비전과 역할, 사전 조사 등도 원점에서 새로 시작되고 있다. 노하우나 사전지식 등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포항시설관리공단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 2011년부터 문화사업팀에서 활동하던 담당자가 지난해 말 갑작스럽게 공공시설팀 시청사관리파트로 자리를 옮겼다. 문화사업팀 내의 한명 뿐인 문화관련분야 전공자였다. 전문가 못지않은 실력과 애착을 과시했지만, 지난해 사내 결혼과 더불어 '한 사무실에 부부가 일하는 게 꺼림칙하다'는 이유로 인사발령이 난 것이다.

문화사업 성공의 핵심인 내부 인재 확보 및 전문화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규약에도 없는 구닥다리 인식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문화행정의 수요에 따른 전문직의 증원은 못할망정 적어도 전문인력은 유지하고, 노하우를 쌓았던 행정직 공무원이 업무를 이어갈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공무원들의 분야별 직무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각종 교육제도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부서 이동시 사전교육을 할 필요도 있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문화행정은 전문직의 몫으로 만들고 프로급의 인력을 육성하는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전문인력 육성과 활용이야 말로 '문화 융성'을 이끌어 나가는 첫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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